"탈옥을 생각 중이야." M이 말했다. 아이폰 이야기다. 애플 시스템이 폐쇄적이고 강압적이라 영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탈옥이라는 말 누가 생각해냈나 몰라. 애플 제품들은 확실히 감옥 같은 데가 있어. 허락된 것만 해라. 딴 데는 눈길 주지 마라. 리모델링은 금지. 게다가 몇 겹의 문에 첩첩 자물쇠야."일 년 반쯤 아이폰을 사용해 온 나는 M의 말에 족족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탈옥이라니. 모바일 기기에 밝지도 않은 주제에 나가면 뭐 별천지가 펼쳐지나. 귀찮게 탈옥을 궁리하느니 갑갑한 대로 그냥 살지. 함께 있던 J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난 그냥 콩밥 먹고 살래. 콩밥도 맛있어. 감방이래도 이만하면 넓고 인테리어도 훌륭하지 뭐." 얼마 후 나는 M과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때 이야기가 생각나서 물었다. "참, 탈옥은 성공?" M은 "ㅠㅠ"을 날렸다. "그냥 감옥이나 잘 꾸밀까 싶어." 나는 "ㅋㅋ"을 날렸다. "탈옥폰은 버벅거린대. 돌아오고 싶어졌을 거야."
탈옥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불현듯 체코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어디선가 자신의 심정적 딜레마를 감옥에 갇힌 죄수의 마음에 비유한 적 있다. 감옥에서 달아나고 싶은 동시에, 감옥을 자신만의 여름별장으로 개조하고 싶다고. 그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탈옥'에 대한 21세기적 고민을 20세기 초의 한 작가가 이미 예견한 것 같아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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