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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팔리고 예금 이자 갈수록 줄어… 안 쓰는 것이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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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팔리고 예금 이자 갈수록 줄어… 안 쓰는 것이 재테크"

입력
2013.05.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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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56)씨는 2007년 대기업에서 은퇴한 뒤 현재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성당(聖堂)의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노후 준비를 위해 5년 전 송파구에 있는 40평형 대 집을 내놨지만 아직껏 팔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5년 새 집값은 10억원에서 7억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월급이 300만원 정도 나오지만 생활비와 관리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액수는 미미하다. 제1, 2 금융권 모두 금리가 1~3%대로 낮아 저축마저 쉽지 않다. 그나마 언제까지 사무장 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김씨가 준비한 노후 대책이라곤 6년 뒤부터 나올 국민연금(월 90만원)이 전부다. 김씨는 "집은 5년 넘게 안 팔리고, 예금이자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 노후가 불안하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 예금, 주식, 아파트 등 주요 자산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 탓에 '재테크 빙하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야가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잔액 기준)는 연 3.27%다. 200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예컨대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평균 이자액이 연간 32만7,000원(월 2만7,250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이자액은 연 27만6,642원(월 2만3,054원)으로 더 쪼그라든다.

신규 가입자의 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더 낮아 3월 말 기준 연 2.85%에 불과하다. 이달 9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2.75→2.50%)가 반영되면 예금금리 인하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NH농협은행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2%에서 연 1.95%(최저)로 내리고, KD산업은행이 6일 1년짜리 예금(하이정기예금) 금리를 3.4%에서 3.15%로 내린 데 이어 14일 다시 2.95%로 낮추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도 부담스럽다. 내수 부진과 엔저에 따른 수출 타격 등으로 국내 증시가 극도의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5월 17일 2,102.41에서 이달 16일 1,986.81로 2년 새 5.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같은 기간 57.2%나 급등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박근혜 정부가 4ㆍ1 부동산대책을 통해 집값 띄우기에 나섰지만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주택경기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3.3㎡당 가격은 2009년 말 1,835만원에서 올해 4월 말 1,632만원으로 11.06%나 급락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4ㆍ1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서울 일부 아파트값이 오름세라고는 하나, 아직은 강남 등 한강 이남과 재건축단지 위주"라며 "대세 상승이나 브이자(V)형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강남3구의 주택 거래량(매매 기준)은 1,801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80.8% 급증했으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최근 3년 간의 4월 평균치에 비해서도 5.9% 감소했다. 양도세(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와 취득세(부부합산 연소득7,000만원 이하, 집값 6억원 이하) 면제 요건을 모두 갖춘 강남권 소형 재건축아파트가 수혜를 누리는 반면 지방은 여전히 불황의 그늘에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 또는 동결 여부를 논의하는 수준으로 성장률이나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는 소비 증진 및 투자 유도를 위해 하는 것인데,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불황 탓에 소비를 더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고 하는 등 금리 인하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 예금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노후가 어려워지고, 금융시장에선 저축률이 낮아져 투자재원 부족 등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노후 준비자들의 이자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줄 수 있는 소득 및 고용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IT나 금융 분야 등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 차원에서 고도의 기술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도 개발해 노후 빈곤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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