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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상품의 종착역‘삥시장’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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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상품의 종착역‘삥시장’가보니....

입력
2013.05.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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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종합도매시장. 10m 정도 너비의 도로 양쪽에 상점들이 150m가량 줄지어 있다. 가게 앞엔 5톤 화물차들과 지게차가 연신 오가며 물건을 내려놓고 있다. 음료수, 생수, 커피, 라면, 과자, 화장지 등 다양한 상품들이 박스째로 3, 4m 높이까지 쌓여있었지만 제품들은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상품이 대규모로 쏟아져 오는 이곳은 일명 '삥'시장 또는 '땡처리'시장으로 통한다. 제조업체의 밀어내기로 영업직원이나 대리점들이 떠안게 된 상당수 재고 물품들이 헐값에 무자료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의 물건 값은 시중가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일반 소매점에서 개당 1,05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큰사발은 16개짜리 1박스에 1만2,400원으로 개당 775원 꼴이다. 시중 소매가가 1,000원 이상인 칠성사이다와 코카콜라 등 음료수 캔(500㎖)도 개당 가격으로 500원을 밑돈다. 제주 삼다수(500㎖)도 소비자 가격은 850원이지만 개당 4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밀어내기로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의 한 커피 음료는 시중가의 절반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원가의 20~30% 가격에 제품을 사들여 50%정도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도 영세 소매점, PC방, 노래방, 음식점, 예식장 등 다양하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밀어내기의 폐해로 삥시장이 형성된 건 이미 수십 년 전"이라며 "실적을 강요당하는 영업직원들과 대리점이 필요 이상으로 떠안게 돼 발생한 재고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위해 헐값에 삥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삥시장은 서울에만 청량리, 노량진, 영등포에 존재하고, 부산에 2, 3곳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10여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삥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들이 대리점 재고 창고에서 흘러나온 물품은 아니지만 유통기한 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 점을 미뤄볼 때 상당수 물품들이 밀어내기 상품이라는 게 유통업계 시각이다.

한 소매업체 대표 A씨는 "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물량의 10~20%가 삥시장 제품일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의 밀어내기 영업이 만연해있는 게 시장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이 여름철을 제외하고 60~70%씩 싼 가격에 팔리는 것도 삥시장 덕에 가능한 일"이라며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1+1 제품 등 판촉 상품이나 인터넷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싼 가격에 파는 생수, 라면, 과자 등에도 삥시장 제품이 섞여 있다"고 전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무자료 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상인들도 문제고, 시장 가격을 교란시켜 구매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밀어내기 관행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삥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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