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과거 학술지에 낸 논문의 표절시비로 자진 사퇴했던 김용찬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임용ㆍ승진 당시 서울대가 심사했던 논문 4편도 표절 의혹에 휩싸여 인사평가시스템의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서울대는 논문표절로 김 전 교수가 자진 사퇴할 당시 "임용 심사는 3년 전까지 발표된 것을 다루기 때문에 문제의 2004년 논문은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김 전 교수가 2008년 임용, 2010년 승진 때 심사했던 논문조차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에 제출한 '김용찬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임용ㆍ승진 당시 평가 논문 목록'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2008년 임용과 2010년 부교수 승진 평가 때 연구실적으로 각 3편씩 모두 6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임용평가 때 낸 '아스토텔레스의 정치적 목적론에 대한 재고찰' '푸코의 니체해석에 관한 정치사상적 고찰'과 승진평가 당시 제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우정에 대한 재고찰'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에 대한 재고' 등 논문 4편에 대해 대학생들이 발간하는 국제시사저널 '프리즘'이 최근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프리즘은 김 전 교수의 자진사퇴 이후 그가 쓴 논문을 전수 조사했다. 문제가 된 논문 4편은 모두 2005~2010년 사이 한국정치학회에서 발행하는 한국정치학회보에 실린 것이다.
프리즘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논문 2편은 1993년 미국 브랜다이스대 버나드 야크 교수가 쓴 책 의 본문을 단순 번역해 실었다는 것이다. 또 니체와 관련한 논문 2편의 영문 요약본 역시 해외 저서의 문장을 그대로 따다 썼고 모두 원문 출처를 적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논문들을 비교해본 복수의 서울대 교수들은 "전형적인 짜깁기 표절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정치학회도 문제가 불거지자 김 전 교수가 한국정치학회보에 실은 문제의 논문 4편에 대한 표절 심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교수의 자진 사퇴 이후 임용ㆍ승진 때 낸 논문도 표절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별도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표절시비를 가리고 임용ㆍ승진 평가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김 전 교수는 2004년 학술지 '국제정치논총'에 실은 논문 '헤겔의 전쟁론 연구'가 미국 예일대 교수의 논문을 번역한 것으로 드러나자 스스로 물러났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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