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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5월 20일] 시중쉰과 시진핑, 김정일과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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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5월 20일] 시중쉰과 시진핑, 김정일과 김정은

입력
2013.05.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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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는 '중국 경제특구의 선구자'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한 뒤 이를 선도할 곳으로 광둥(廣東)성을 정하고 광둥성의 1인자로 내려 보낸 사람이 바로 시중쉰이다. 중국 남부의 광둥성이 개혁개방 1번지가 된 것은 이곳이 홍콩과 인접, 화교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지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광둥성의 제1서기가 된 시중쉰이 이런 덩샤오핑의 뜻을 받들어 만든 게 바로 '선전경제특구'다.

시중쉰은 당시 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해 가장 먼저 홍콩과 화교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경제특구를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그때만 해도 중국공산당은 돈이 없었다.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이려 손을 내밀어 봤지만 불확실성이 큰 중국에 선뜻 투자하겠다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은 드물었다. 시중쉰은 우선 홍콩과 화교 자본부터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다. 이들이 실제로 돈을 벌어야만 다른 서방 자본들도 들어올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당시 시중쉰은 "사업가가 돈을 벌지 못하면 애국이 아니다"며 홍콩과 화교 자본을 유치하는 데 거침이 없었고, 이들의 투자와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 본 시진핑은 경제특구와 화교 자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한다. 그런 그가 1985년 6월 푸젠(福建)성의 샤먼(廈門)시 부시장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샤먼은 중국이 맨 처음 승인한 4곳의 경제특구(선전, 주하이, 산토우, 샤먼) 중 유일하게 광둥성에 속하지 않는다.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은 사실 대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푸젠성과 대만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가장 가까운 곳이다. 시진핑은 아버지가 홍콩의 자본을 끌어들여 광둥성의 경제특구들을 발전시켰듯 대만의 자본을 유치, 샤먼경제특구를 성장시키는데 힘을 기울인다. 사실 푸젠성은 대만과 전쟁할 경우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군사 기지와 군사 시설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곳에 대만의 자본을 유치해 공장을 지으면 이는 그 어떤 무기보다 더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역발상을 했다. 샤먼과 푸젠성의 성도(省都) 푸저우(福州)를 잇는 중국 최초의 고속도로를 만든 이도 시진핑이다.

시중쉰-시진핑 부자의 2대에 걸친 경제특구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비슷할 것 같은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개성공단 이야기가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쉰이 경제특구를 설치, 화교 자본을 끌어들인 것처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개성공단특구를 만들어 남한 자본을 유치했다. 아버지의 유업을 받든 시진핑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것처럼 아버지 유훈을 이어받은 김정은도 북한의 '원수님'이 되어 강성국가의 대문을 활짝 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특구를 전역으로 확대하며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북한의 개성공단은 지금 더 커지긴커녕 있던 것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시진핑은 아버지의 뜻을 알고 성장을 위해 대만 자본을 끌어들이려 군부를 제압했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의 유업마저 뒤집으며 군부의 목소리에 경도돼 애써 들어온 남한 자본을 내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최근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 화교 자본을 이용했듯 북한도 경제 건설을 진정 원한다면 우선 남한 자본부터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바로 개성공단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중국보단 그래도 동포인 남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북한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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