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 중인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원안에서 대폭 후퇴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 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권익위와 법무부가 최근 합의한 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소속 또는 산하 기관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은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누구에게서든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원안의 내용이 사라진 것이다. 권익위는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한다는 원칙은 유지됐다고 주장하지만 지금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경우 자동적으로 대가성도 있는 것으로 인정해 처벌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원안 대신 받은 금품가액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과태료 부과는 행정벌의 일종으로 전과기록이 남는 형벌과 구분된다. 핵심적인 요소를 제외했으니 있으나마나 한 법안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럴 거면 법을 왜 만드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당초 이 법안의 취지는 '스폰서 검사'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공무원이 돈을 받아도 직무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금품과 청탁을 근절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자는 의도였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는 정책결정 왜곡으로 이어지며 민간의 공정경쟁을 방해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부정부패만 줄여도 성장률이 연평균 0.65%포인트 추가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민들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김영란법이 누더기 상태로 입법이 되면 큰 반발과 저항에 부딪칠 게 뻔하다. 김영란법은 반드시 원안대로 처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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