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북극 지역의 빙하 면적은 최대 1,524만㎢까지 확장된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의 약 70배에 달하는 크기다. 하지만 현지 여름인 9월엔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다. 지난해 9월13일엔 341만㎢, 동계 최대치의 22%에 불과한 사상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북극 해빙이 예상보다 4배 가까이 빨리 진행되는 탓이라고 한다.
▲ 급격한 북극 해빙은 걱정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뜻밖에 북극 개발의 기회를 앞당기고 있다. 북극 지역엔 전 세계 미발견 석유ㆍ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약 4,120억 배럴(석유환산 배럴)의 에너지가 매장돼 있다. 여기에 2조 달러 상당의 철광석, 구리, 금, 다이아몬드 등 고부가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해빙에 따라 수산업이 본격화할 경우, 2020년 쯤에는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7%가 북극해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되면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뜨겁다.
▲ 북극 개발의 이점 중에도 당장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건 북극항로다. 지구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 세계 주요국은 대부분 북반구에 쏠려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가는 최단 항로는 북극항로다. 그 동안 빙하가 그 길을 막았던 거다. 항로가 열리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잇는 북극 북동항로는 인도양을 거치는 기존 항로보다 거리로는 7,000㎞, 항해일로는 10일 이상 단축된다. 부산에서 미국 뉴욕까지의 항로 거리도 5,000㎞ 이상 줄어든다.
▲ 단순히 항로 거리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북극항로가 활성화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우리나라의 부산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항은 이미 일본 고베항을 추월해 2012년 현재 컨테이너 물량 세계 5위를 차지한 천혜의 항만이다. 북극항로가 활성화할 경우, 싱가포르에 비해 지리적으로 북극항로 최적 경유지에 위치한 부산항뿐 아니라, 주변의 울산, 여수항도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북극이사회 정식 옵저버 진출은 이런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교두보로서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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