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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표준계약서는 '그림의 떡'… 방송사·외주사 외면에 권고사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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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표준계약서는 '그림의 떡'… 방송사·외주사 외면에 권고사항일 뿐

입력
2013.05.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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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메인스트림에서 오디션을 봐서 레귤러(소속 공연가수)가 되면 클럽에서 증명서와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주죠. 소득을 신고할 수 있고 그걸 근거로 정부에서 보험과 예술인 복지 혜택을 받습니다.” 경력 8년차 레게 힙합 가수 A씨는 일본에서 활동하다 2년 전 한국으로 건너왔다. A씨는 “여기선 공연을 구두로 계약으로 하고 심지어 음반도 계약서 한 장 없이 낸다”며 “공연료 떼이는 경우는 다반사고 음반을 발매하고도 회사에서 얼마를 팔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문화예술분야근로실태(연극부문)에 따르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연극 공연에 참여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따라 예술인 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술계에서는 계약서를 쓰는 일 자체가 드물고, 쓰더라도 세부 조항이 예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다”며 “예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준거로 표준 계약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는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종의 준거 계약서다. 직종에 따라 세부 조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임금, 계약 기간, 업무 범위, 업무가 행해지는 시간과 장소 등 12개의 필수사항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배우가 연습기간 동안 다치거나 변수가 생겨 공연이 지체 됐을 때 표준 계약서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 구제, 저작권 분쟁 해결, 경력 증명 역시 표준 계약서 작성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다.

하지만 표준 계약서 보급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대중문화예술분야 법제도 개선 공청회’에 대해 방송사 측은 “표준계약서 도입은 프로그램의 성패에 따른 부담을 모두 방송사에 안기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공청회 참가를 거부했다. 외주제작사 측도 “비용 추가, 사고 책임 의무가 외주 제작사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표준계약서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사용은 ‘권고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다.

최성신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는 “갑을 관계가 공고한 공연계 현실에서 강제성 없는 표준계약서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자유경제 체제에서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적극적인 보급을 통해 표준계약서 사용을 상식처럼 받아들이도록 하는 사회적 압력을 형성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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