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패배 후 사실상 동면(冬眠)에 들어갔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정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때마침 민주당에서 비노(非盧) 지도부가 출범하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하는 시점이라 문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의원의 한 핵심측근은 17일 "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야권 전체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문 의원도 기회가 닿는 대로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의원 측은 앞으로 홈페이지와 블로그,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공식 일정도 고지할 계획이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문 의원은 지난 15일 한 신문사의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이 바라는 건 정치집단이나 유력 정치인 간의 단순한 세력 재편이 아니다"면서 '시민정치론'을 역설했다.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도 만들어질 거란 평소의 지론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정치권에선 곧바로 '새판짜기'에 돌입한 안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예고한 것은 향후 야권의 권력지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선 김한길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그간 자신의 정치기반이었던 친노진영의 세가 현격히 약화됐다. 밖에선 안 의원이 '새정치'를 무기로 정치권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정계개편 논의가 김 대표 측과 안 의원 사이의 경쟁ㆍ협력구도로 굳어지기 전에 입지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문 의원이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면 우선 민주당 내부의 세력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체제에 비판적인 세력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친노진영의 분화ㆍ재편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친(親)문재인' 그룹의 세력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적어도 민주당 내부로만 보면 김 대표 체제는 강력한 견제그룹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안 의원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이 민주당 내부 인물이면서도 새정치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치인이고, 이로 인해 새정치에 대한 안 의원의 선점ㆍ독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차기 대권을 다툴 라이벌이란 점에서도 이들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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