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소셜유니온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장기간 사회 안전망 바깥에 방치돼왔다. 생활고에 처한 사람도 많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우리가 제2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나 최고은씨가 생기지 않게 도와달라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관팔이 장사'를 그만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사건 이후로 사회가 문화예술인들에게 해 준 일이 뭐가 있나? 최씨가 숨진 뒤 제정된 예술인복지법 올 예산도 355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축소됐다. 수혜 대상도 까다로워 설사 최고은씨라 하더라도 혜택을 못 받게 돼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공감대로 이렇게 모였다.
-노동자로서의 예술인을 설명해달라.
우선 노동자라는 말은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예술인도 노동자다'라고 말하는 건 스스로 권리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예술에 대해 '네가 좋아서 하는 것 아니냐''좋아서 하는 거면 돈 좀 못 벌어도 되고 금전적 만족은 없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노동의 가치를 왜곡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거부하고 노동의 대가를 찾겠다는 의미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는 고용관계 안에서 성립한다. 하지만 현재 노동은 엄청나게 분화된 형태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이미 산업화 되었다. 외국에는 배우 조합, 작가 조합, 무대 기술자 조합 등 문화예술 각 분야 노동조합이 있다. 예술가가 노동자다 아니다를 떠나서 예술인이 창작을 위해 일하는 건 왜 노동이 아닌가. 예술인들 모두 작업을 하고 예술 행위를 한다. 이런 것들도 모두 노동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의 구체적인 목표는?
노동자로서 권리 보호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복지 확충이다. 후배의 곡을 자기가 쓴 듯 가로채는 작곡가, 친분으로 섭외하고 공연료를 떼어먹는 공연장, 연습생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극단이 있다. 종종 배우들이 TV에 나와 극단에서 돈도 못 받고 일했던 경험을 미담처럼 얘기한다. 미담이 아니라 고발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교섭 대상은 정부와 국회, 나아가 이 사회 전체다. 연극인들이 연극 활동을 하고, 음악인들이 음악에 종사할 수 있게 국가가 복지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화예술인들이 4대 보험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다. 프랑스의 경우 앙테르미탕(Intermittent)이라고 예술인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예술인들의 활동을 보장한다. 결국 예술인들의 복지는 보편적 복지로 풀어야 한다. 기본 소득, 최저 임금 보장이 필요하다.
-왜 사회가 예술인들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야 하나?
우리는 지금껏 사회구성원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보험이나 복지, 무엇 하나 받은 게 없다. 심지어 시장에서도 정당한 권리를 보호 받지 못하고 임금 체불, 고용 불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1,000만 영화산업을 만든 데는 영화 스태프들의 공이 크다. 지금의 음악 시장도 음악인들이 만들었다. 그런데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사회가 나서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승자독식구조에서 문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안 팔리는 문화예술 작품도 많다. 그런 것들까지 보호해 줘야 하나?
얼마 전 미국의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한국 아이돌 f(x)가 참여했다. 그런데 정작 주목을 받은 뮤지션은 갤럭시익스프레스라는 홍대 인디 록밴드다. 이들이 3년 연속 SXSW에 공식 초청된 사실, 지난해에는 뉴욕타임스 지면을 장식한 사실을 국내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예술은 상대적인 것이고 당장의 가치로 평가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예술인들이 뭉쳐서 권익을 주장하지 않은 이유는?
문화예술인들이 순진하게 살았다. 모든 것을 자기 책임으로 돌렸다. 예술인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가난을 능력 부족으로 돌렸다. '능력 있으면 성공한다'라는 성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산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약자라는 사실, 우리의 행위가 노동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도 선진국처럼, 밥그릇 좀 챙기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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