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차 브랜드 피아트가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뒤 수익 대부분을 북미 시장에서 올리면서 본사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미국 뉴욕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아트는 2009년 파산보호 상태에서 갓 벗어난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한 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금은 지분율을 60%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마르치오네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이탈리아 최대 산업체이자 완성차 업체인 피아트는 창립 114년 만에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마르치오네는 지난 달 뉴욕을 이전 후보지 리스트 중 맨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과 자금조달 조건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본사 이전 지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구상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노조와 정치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년 이상의 경기침체 속에 기업의 고용 기피로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이탈리아에서 최대 산업체가 본사를 옮기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카를로 델 아린가 이탈리아 노동차관은 15일 현지 방송 스카이 Tg24와 가진 인터뷰에서 “피아트 본사의 뉴욕 이전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며 “본사가 뉴욕으로 가더라도 이탈리아 내 공장은 계속 가동되겠지만 회사의 장래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리노 금속노조의 페데리코 벨레노 위원장은 “피아트의 본사 이전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마르치오네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는 피아트가 2009년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후 유럽시장 의존도가 급격히 줄어든 점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피아트의 지난해 매출 840억유로 가운데 유럽의 비중은 24%에 불과했다. 마르치오네가 2004년 CEO를 맡았을 당시 피아트는 270억유로의 매출 가운데 90% 이상을 유럽 시장에서 올렸다. 그러나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피아트의 점유율은 2011년 7.3%, 지난해 6.4%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엠마뉴엘 비지니 피아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본사 이전이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피아트의 자금조달 비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