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에는 불개입, 위안부 발언은 인권문제로 인식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침묵하던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의 ‘위안부 제도 필요’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하시모토의 발언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가 한 말들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의 말은 언어도단이자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전에도 밝혔듯 일제시대 여성들이 위안부로 인신매매된 것은 개탄스러울 뿐 아니라 엄청난 인권유린”이라고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위안부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미국은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협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사키 대변인의 발언이 매우 강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국무부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하시모토 발언에 대해) 기분 나빠한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하시모토가 6월 미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의 발언을 감안할 때 하시모토와 만나기를 원할 사람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시모토는 13일 태평양전쟁 당시 종군위안부가 군인을 위해 필요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도 “일제가 조직적이고 무자비하게 여성을 노예로 만든 것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하시모토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로이스 위원장은 15일 일본 우익 진영의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을 엄중하게 비판하면서 “위안부는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여성 20만명에 대해 (일본) 정부가 후원한 성적 만행 프로그램이었다”고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다. 그는 “누구든 위안부 제도를 정당화하거나 그 존재를 부인한다면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본 우익을 겨냥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의 잇단 비판에 하시모토는 17일 트위터에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일본인 여성을 활용했다”며 “일본만 비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항변했다.
미국은 그 동안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인권문제로 인식하고 이처럼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과거에도 위안부로 불렀다”며 앞으로도 위안부라는 호칭을 사용할 것을 시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비공식적으로 위안부보다 비난 강도가 높은 ‘성노예’란 말을 사용했다.
한편 재미동포 단체들이 추진하는 제2의 위안부 결의안은 하원 지도부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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