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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운동의 큰별 마음속 별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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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운동의 큰별 마음속 별로 남다

입력
2013.05.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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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계의 대모' 박영숙(사진) 재단법인 살림이 이사장이 17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1932년 평남 평양에서 태어나 19세 때 가족과 함께 남한 뒤 작은아버지가 있는 전남 광주에 정착했다.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영문학과에 입학한 뒤에는 기독교여자청년회(YWCA)에서 활동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졸업 직후에는 YWCA활동 중 만난 여성계몽운동가 박에스더(1902~2001) 선생의 추천으로 YWCA에서 여성, 시민, 환경운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후 YWCA연합회 총무, 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여성운동의 중심을 지켰다.

67년에는 고인이 "내 평생의 스승"이라던 민중신학자 안병무(1922~1996) 교수와 결혼했다. 76년 '3·1 구국선언'사건으로 남편이 구속되자 거리로 나와 구속자 가족 시위를 벌이며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 덕분에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면서 정치활동도 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86년 부천경찰서 여대생 성고문 사건이 터지자 성고문사건대책 여성단체연합회장을 맡으며 여성·인권문제에 한 발 더 나아가 민주투사로서도 활약했다.

87년에는 평민당 부총재로 정계에 입문, 13대 국회의원(전국구), 평민당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거치며 정치가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는 가족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비롯해 여성 환경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권익 옹호에 앞장섰다. 99년에는 국내 시민사회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도 기여했다.

고인은 환경문제에도 큰 관심을 쏟아 유엔환경개발회의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 등으로 활약했고,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죽는 날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다"던 고인은 2009년 여성과 환경,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재단법인 살림이를 설립했고, 아시아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해 사회공헌에도 애썼다. 또 작년에는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2004), 국민훈장 모란장(1998),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2010), 올해의 환경인상(1990), 올해의 여성상(1992) 등을 수상했다.

각계의 애도가 쇄도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여성운동가이자 여성인권과 복지의 기틀을 잡은 고인은 보수·진보를 아울렀던 여성계 지도자였다"며 애도했고,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고인의 드넓은 품성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유가족과 여성운동가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중이던 고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민주당 박지원 전 원대대표가 전했다. 전날 고인을 병문안 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거목을 잃었다. 그 슬픔이 한이 없다"며 명복을 빌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된 빈소에는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이미경 원혜영 김현미 남윤인순 등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경기 마석 모란공원. 02)2227-7550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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