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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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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채식주의

입력
2013.05.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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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사나 회식을 할 때면 확연하게 예전에 비해 육식을 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찌개나 국밥에 들어 있는 걸 제외하곤 육고기는 거의 줄였지만, 아직까지 해물과 생선에 대한 식탐은 남아 있다. 나는 사실 해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기의 언젠가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베지테리언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을 갖고 있다. 나는 채식주의자 몇 명을 알고 있다. 친한 이들 중에도 채식주의자가 꽤 있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생명 존중이라는 어떤 신념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존경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한 호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한해서는 나는 채식주의자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떤 경우란 바로 이럴 때다. 채식주의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이 잡식주의자나 육식주의자에 비해 문화적으로 우월하거나 정치적으로 각성된 존재라고 간주할 때. 다시 말하면 그들이 함부로 잡식주의자나 육식주의자를 자신보다 정치적 의식이 낮은 미개한 부류로 치부할 때 말이다. 어쨌건 먹고 사는 일 아닌가. 이데올로기적 포즈를 취할 것 없이 그냥 자신이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 안 되는 것인가? 채식주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호전되고 그들의 행복 체감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잡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들이 채식주의로 옮겨올 것인데 말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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