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상담 칼럼 '디어 애비'가 오래도록 인기를 누리는 것은, 부쳐 오는 개개인의 편지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지만 실은 보편적인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적인 메시지를 쉬운 글로 전하는 책을 내 이름을 얻고 있는 미국의 치티스터 수녀 역시 여러 사람에게서 그런 상담 편지를 적잖게 받았다.
는 치티스터 수녀가 그 질문들을 한데 모아 25가지 주제로 정리한 뒤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 답을 기독교적인 것으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불교와 이슬람, 힌두교와 유대교까지 끌어들여 질문을 5분의 1로 각각 나누었다. 대답은 기독교적인 것으로 일관해도 충분한 것이고, 적어도 불교만 놓고 본다면 그 질문과 대답이 해당 종교의 색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다분히 출판기획적인 감각을 발휘한 결과인 듯도 하다.
어쨌든 저자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생생한 고민 사례를 제시하며 종교별로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힌두교로 저자가 분류한 대목에서 눈에 띄는 건 '왜 나의 삶은 이렇게 정신 없이 분주할까'다. 저자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신 없이 일 하는 것은 우리를 망가뜨리는 것이며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불교로 분류한 질문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에 대해서는 '성공이 사물과 동일시될 때, 사물이 중요시되고 심지어 신성시되기까지 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두라고 대답한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유대교)라는 질문을 던진 뒤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는 좋을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만족할 때가 언제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삶에 감탄을 되살릴 수 있을까'(기독교)라고 묻고 나서는 삶에서 옳지 못한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 두려움 없이 변화를 추구한 누군가를 인생의 모델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저자는 이슬람교의 대답이라며 책 제목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더 지루하고 더 힘들며 혹은 더 흥미진진하고 신나며 혹은 더 불안하고 더 기운 빠지는 또 하루를 지내는 이유는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마침내 그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원조 '디어 애비'는 생전에 종교에 대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종교는 마치 물처럼 자유로운 것일 테지만, 그것을 당신이 주입 당한다면 당신은 그 주입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저자의 책이 인기를 얻는 것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목적론적으로 가르치려는 그 흔한 종교적인 열정에서 한 발 물러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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