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57)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났던 김 전회장의 별장지기 김모(57)씨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성형시술을 받는 등 경찰 추적을 1년 넘게 따돌리다 덜미가 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김 전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김씨와 재중동포 내연녀 송모(45)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김 전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씨는 지난해 4월8일 오전 2시쯤 '회사가 위험하다'는김 전 회장의 말을 듣고 김 전 회장 별장인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에 주차해 둔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외제차에서 현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범행 후 김씨는 김 전회장 소유의 경남 거창군 한 돌산에 현금 대부분을 6개월 동안 묻어놓고 곶감 빼먹듯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 김씨는 두 차례나 얼굴에 보톡스를 시술, 눈가 주름을 없애고 파머로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또 체중을 감량해 범행 전과는 확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또 가명으로 분당에 2곳, 춘천에 1곳의 오피스텔을 임대, 은신처로 삼았으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택시만 이용하는 등 철저하게 행적을 숨겼다.
김씨는 도피행각 수개월 동안 경기도의 한 백화점에서 혼마 골프채, 페라가모 신발과 가방, 태그호이어 시계 등 수억원 어치의 고가 수입품을 현금으로 구입하는 등 훔친 돈을 흥청망청 썼다. 이로 인해 백화점 우수고객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또 내연녀에게는 매월 수백만 원의 생활비를 대줬다.
경찰은 15일 새벽 내연녀의 아들 명의로 개설한 휴대폰 분석을 통해 경기 분당의 오피스텔 근처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56억원 가운데 김씨가 쓰고 남은 돈 31억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붙잡힐 당시 그를 잘 알던 사람도 언뜻 보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외모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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