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멀미약인 '키미테'를 눈에 발라 동공 운동 장애로 위장한 신종 수법으로 현역 군 복무를 기피한 20대 남성 9명이 병무청에 의해 적발됐다.
2008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방문판매업체에서 일하던 김모(당시 24세)씨는 지인한테서 "키미테를 눈에 바르면 동공이 커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얻은 정보였다. 현역 입영 대상이었던 김씨는 이듬해 키미테의 점액 물질을 눈에 바른 뒤 의사를 찾아가 "축구공에 맞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외상 탓에 동공 운동 장애가 발병했다는 진단을 받기 위해서였다. 실제 진단서가 발급되자 그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또래 직원 8명과 정보를 공유했다. 1~2급 현역 입영 대상이었던 이들은 2009~2010년 같은 수법으로 병원에서 받아낸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 신체 검사를 다시 받아 공익근무요원(4급) 처분을 받았다.
이들이 덜미를 잡힌 것은 올해 초. 5명은 이미 전역하고 4명만 복무 중이었다. 멀미약을 이용해 병역을 면탈한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접수한 병무청은 이들의 진술과 확인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쓴 혐의(병역법 위반)를 포착했다. 모두 서울에 살던 이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일부가 거주지를 옮겨 서로 다른 지역에서 징병 검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무청은 진술을 거부하거나 혐의를 부인한 4명은 구속하고 범행을 자백한 5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특별사법경찰권을 확보한 병무청은 병역 면탈 범죄에 한해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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