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남양보다 더 한 게 이통사다. 지금 판매점 폐업하려 한다."
한 이동통신 판매점 사장이 SK텔레콤의 판매 정책에 분노해 공개한 녹음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SK텔레콤 판매 정책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이 녹음파일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 빠르게 확산되는 '을의 반란'중 하나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이동통신 판매점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인 모비고와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11분 가량의 녹음파일은 판매점 사장과 SK텔레콤 직원의 전화 통화를 담고 있다. 공무원 출신이라고 밝힌 판매점 사장은 SK텔레콤이 수 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판매점을 압박하며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우선 인터넷 저가 휴대폰 판매를 문제 삼았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내놓다시피 한 휴대폰이 모두 이통사에서 판매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판매점 사장은 "이통사가 온라인에서 (휴대폰을) 싸게 뿌리고 그렇게 팔지 못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사기꾼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상품 판매와 차감 정책도 문제 삼았다. 차감 정책이란 이통사가 정해 놓은 목표를 완수하지 못하면 판매점이 받아야 할 판매 수수료를 깎는 제도다. 판매점 사장은 녹음 파일에서 "휴대폰 판매 부진시 (수수료를) 차감하는 것은 새발의 피"라며 "신용카드 가입을 시키지 못하거나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를 유치하지 못하면 차감하니, 나중에는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않으면 차감할 것이라는 농담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신용카드 등은 SK텔레콤과 관련있는 SK브로드밴드, 하나SK카드의 상품들이다.
이 같은 판매점 압박은 SK텔레콤 외에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통사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판매점 사장은 "이통 3사 모두 똑같지만 SK텔레콤이 제일 심하다"며 "SK텔레콤이 이런 정책들을 만들고 KT와 LG유플러스가 따라 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국 판매점이 1만8,000개 정도 되는데, 휴대폰 보조금이 줄어 들면 장사가 되지 않아 판매점수가 급감한다"며 "그렇다 보니 판매점들의 불만이 많은데, 판매점들의 불만 때문에 보조금을 다시 쓸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SK텔레콤 측은 "이통사가 인터넷에서 휴대폰을 싸게 팔았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차감 정책도 영업을 잘하는 곳에 보상을 해 주기 위해 만들었는데, 영업을 제대로 못하면 받지 못하니 일부 판매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점 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민원을 넣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점과 계약을 맺는 것은 대리점이므로, 직접 거래 관계가 없는 이통사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