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들의 반란'은 신의 한 수인 셈이었다. 이만수(55) SK 감독이 꺼내든 '깜짝 카드'가 통했다. 윤석민을 울렸다.
프로 6년차 무명 투수 백인식(26)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윤석민(27ㆍKIA)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활짝 웃었고,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조성우(25)는 결승포를 포함해 데뷔 첫 멀티 홈런을 쏘아올렸다.
SK가 16일 광주 KIA전에서 무명 반란을 앞세워 9-2로 승리했다. 생애 첫 승. 이로써 SK는 2대2 트레이드 파트너였던 KIA와의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이날 백인식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1군 선발 등판에서 6이닝 동안 1안타(2점 홈런)만 내주며 당당히 공을 뿌려 승리투수가 됐다. 2008년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SK에 입단한 백인식은 지난해까지 1군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무명 선수였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올라 불펜 투수로 3경기에 나가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이 1군 성적의 전부다. 지난해 2군에서는 8승4패와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백인식은 '2군 에이스'로 불릴 만큼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중 작년 막판 어깨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상심이 컸지만 백인식은 마음을 다잡고 국내에 남아 묵묵히 재활 훈련을 했다. 3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지며 칼을 갈던 중에 지난 2일 마침내 이 감독의 1군 호출을 받았다. 비록 세 차례 등판에서 패전 처리로 나갔지만 씩씩하고 당찬 투구로 구멍 난 5선발 자리를 꿰찼다.
광주 원정 첫 날인 14일 선발 등판 소식을 전해 들은 백인식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상대 선발이 윤석민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심었다. 또 지난해 5월2일 당시 한화 소속이었던 류현진(LA 다저스)을 상대로 깜짝 선발승을 거둔 최성훈(LG)의 사례를 기억하고 있었다.
백인식은 스리쿼터 투수로 최고 시속 149㎞까지 나오는 직구를 주무기로 KIA 타선을 잠재웠다. 지난해까지 체인지업에 자신이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어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힘이 실린 그의 직구는 이날만큼은 난공불락이었다. 그 결과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6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이어가다 7회말 4번 나지완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것이다. 총 투구 수는 84개(스트라이크 41개ㆍ볼 43개)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백인식이 놀라운 피칭을 했다"며 반색한 뒤 백인식을 등에 업고 기뻐했다.
또 '대타 홈런의 사나이' 조성우는 전형적인 비주류 출신이다. 원주고와 한민대를 졸업하고 2010년 SK에 전체 57순위로 입단해 지난해까지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를 눈 여겨 본 이 또한 아무도 없었다. KBS 교양프로그램 '다큐 3일'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2군 선수를 조명할 때 조성우가 소개되기도 했다.
조성우는 포기를 몰랐다. 누군가 알아줄 때까지 방망이를 연신 돌렸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타격으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시즌 개막전 3월30일 LG전에서 대타 홈런을 터뜨렸다. 또 4월10일 넥센전에서도 대타로 나가 홈런을 쳐 '대타 홈런의 사나이'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타격 부진에 시달려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지만 이 감독은 뚝심으로 조성우를 계속 기용했다. 결국 조성우는 이날 한 경기 2홈런으로 일을 냈다. 이 감독은 "역시 조성우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민은 2012년 10월2일 군산 롯데전 이후 226일 만에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동안 5안타(2홈런) 2실점을 기록해 패전 투수가 됐다. 선동열 KIA 감독이 경기 전 "(윤)석민이가 오래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투구 수 조절에 실패해 5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고 임준섭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러나 윤석민은 이날 잡은 삼진 7개 중 5개를 빠른 슬라이더로 잡아내 강한 여운을 남겼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선발 니퍼트의 7이닝 2안타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삼성에 7-0의 완승을 거뒀다. 지난 12일 잠실 NC전부터 이어져오던 3연패에서 벗어났고 시즌 20승(1무14패) 고지에 올랐다. 니퍼트는 최고 시속 150㎞의 광속구를 앞세워 7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시즌 5승(1패)째, 개막전(3월30일)부터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8회말 터진 강정호의 솔로 홈런에 힘입어 한화에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은 삼성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강정호는 5-5로 맞서던 8회 2사에서 상대 송창식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렸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16세이브째를 올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광주=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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