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표적조사에 언론 자유 침해, 벵가지 사건까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연이어 악재를 만나면서 오바마의 국정수행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부터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까지, 역대 재선 대통령들이 피해가지 못한 2기 징크스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오바마를 곤경에 빠뜨린 것은 국세청(IRS)의 티파티 표적조사 건이다. 든든한 재정을 무기로 선거철마다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해온 티파티는 지난 대선에서도 적극적으로 오바마 낙선 운동을 했다. 국세청이 2010년 초부터 티파티를 포함한 보수 단체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권력을 남용해 정치적 탄압을 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공화당과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치자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스티븐 밀러 국세청장 대행을 해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했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도 국세청 조사의 표적이 됐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을 인용해 “대선 때 오바마를 비판했던 세력들이 (재선 후) 표적 수사를 받았다”며 그레이엄 목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이유도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은 22일 청문회를 개최해 이번 의혹을 파헤치기로 했다.
‘전례 없는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정부의 언론사 통화기록 수집 사건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통신은 14일 법무부가 정부 기밀 누설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4, 5월 비밀리에 자사 기자 100여명의 통화기록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궁지에 몰린 백악관은 15일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론인에게 정보원 공개를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의 언론보호법(FFIA)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뒷북’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수정헌법 1조(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명성에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남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터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총영사관 피습 사건도 오바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주 abc방송은 당시 국무부가 피습이 우발적 사고가 아닌 사전에 계획된 테러임을 시사하는 내용을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서 삭제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테러 관련 내용을 일부러 삭제했다는 의혹이 다시 일어나자 백악관은 15일 국무부, CIA,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 관계자들이 테러 직후 주고 받은 99쪽 분량의 이메일을 공개해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련의 스캔들이 ‘오바마 판 워터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잇단 악재 때문에 “앞으로 정치권과 대중이 대통령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이는 오바마 정권에 장기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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