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은 50대 장모를 위해 20대 사위가 자신의 간을 선뜻 내주고, 지역 교회가 치료비 돕기 모금운동에 나섰다.
주인공은 대전 대덕구 중리동에 사는 김대호(26)씨. 김씨는 15일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9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70%를 장모 이모(56)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장모 이씨는 지난해 초 간경화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해왔으나 지난 13일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가족들은 이씨를 국립암센터로 이송했고, 의료진으로부터"간 이식을 해야 살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에게는 지체장애 2급인 남편과 미혼의 딸, 결혼해 출산을 앞두고 있는 딸이 있지만 간을 이식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됐다. 기증자를 찾기도 어렵고 무작정 기다릴 시간도 없었다. 이식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때 사위 김씨가 자신의 간을 떼어주겠다고 나섰다. 다행히 각종 검사결과 "이식 수술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씨가 장모를 위해 간 이식을 결심한 것은 그 동안 장모의 사위사랑을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김씨는 고교시절 할머니를, 군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를 여의었다. 한 아파트단지에 살면서, 제대 후 혼자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눈 여겨 본 이가 장모 이씨였다. 이씨의 주선으로 김씨는 2011년 5월 사위가 됐다. 다음 달이면 아기 아빠가 되는 김씨는"장모님이 빨리 완쾌하셔서 그토록 기다리던 손자와 놀아주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비 걱정이 남았다. 장모와 본인의 치료비를 합해 4,000여만 원. 처가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형편이어서 치료비도 김씨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그 역시 부인과 함께 버는 돈이 월 200만원 남짓. 다음달 아내가 출산하면 벌이는 더 줄어 든다.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다니는 대전 둔산 S교회가 모금운동으로 이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김씨의 한 이웃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위와 장모간의 아름다운 모습이 감동을 주고 있다"며"이들 가족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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