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책을 만들 때,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들어온 원고를 반려하는 일이다. 원고를 보내준 필자 입장에서 그 원고들은 예외 없이 치열한 열정의 산물이고 책으로 묶여 나와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자신의 글에 대한 필자들의 자부와 자긍은 어떤 이유에서든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시중에 판매할 책을 만드는 일이란,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하고, 공급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투여된 자본이 회수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때 의미가 발생한다. 책의 운명적 소여랄 수 있는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명분은 경제적 손실이라는 성적표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어떤 분야의 원고든 압도적인 완성도와 그에 따른 소구력이 검증된 것이라면 출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모든 원고가 검증 과정을 거쳐 투고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검증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예비 저자들에게, 매체적 환경에서 자신의 글을 검증하는 과정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일관된 기획에 의한 글을 올려보고 독자들과 소통해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피드백이나 모니터링은 그의 글쓰기를 훨씬 성숙시킬 것이다. SNS에서 검증된 작가의 원고는 검토 과정에서 실제로 상당한 가산점을 받는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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