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 고문의 돌연한 평양 행이 비상한 관심거리다. 그는 고이즈미 내각 당시 총리 정무비서관으로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두 차례 평양 방문을 수행한 바 있다. 그의 평양 행은 북일 간 오랜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과 이를 위한 북일 정상회담 재추진 등의 임무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평양 체류 이틀째인 15일 대일 외교 핵심 당국자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를 면담한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14일 이지마 고문의 평양 도착 장면을 공개하기 전까지 그의 평양 행은 극비에 부쳐졌다. 한국과 미국 정부에도 일절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동안 굳건했던 한ㆍ미ㆍ일 대북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기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어제 외교부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특히 대북 공조를 재확인한 한ㆍ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 정부의 돌발적인 단독행동이어서 한미 양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도발로 동북아에서 고립된 일본이 북ㆍ일 대화로 탈출구를 찾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역시 3차 핵실험 이후 한ㆍ미는 물론 중국까지도 가세한 압박으로 심화한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림일 수 있다. 하지만 아베 내각이 외교적 고립이나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으로 대북 공조체제를 흔든다면 소탐대실이다. 그런 목적 달성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지마 고문의 방북활동이 북ㆍ일 현안 문제 해결 진전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북한도 일본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면 내놓는 게 있어야 한다. 그것은 큰 틀에서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가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인 대북 압박에 차질을 우려할 게 아니라 어떤 상황도 북한의 변화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북ㆍ일 접촉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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