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 대화, 후(後) 공사' 원칙을 지켜온 한국전력이 중단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키로 한 것은 전력난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밀양 송전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신고리 원전 3호기(140만㎾급)는 올해 7월 시험운전을 거쳐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운반하려면 송전선로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신고리 원전~울산 울주군~부산 기장군~경남 양산시~경남 밀양시~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 구간에 세워야 하는 철탑 161기 가운데 현재 공사가 완료된 것은 109기뿐. 나머지 52기는 밀양지역 4개 면의 반대에 부닥쳐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고리 3호기, 나아가 내년 9월 상업운전 예정인 4호기까지 전기를 보낼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한전 측은 송전탑 공사를 하지 못해 신고리 3호기를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 올 겨울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고장 및 정비로 중단 상태인 일부 원전들까지 총 가동할 경우 내년 1월 예비전력은 불과 310만㎾ 수준에 이른다.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일 때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면 예비전력은 170만㎾로 급감한다. 한전은 이 상황에서 다른 원전이 1기라도 고장나면 2011년 발생한 9ㆍ15 정전사태 같은 '블랙아웃'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전력난이 발생하면 잦은 고장을 유발한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잘못인데, 밀양 주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한전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이 제시하는 지중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밀양 반대대책위원회는 "땅 속에 터널을 만들어 765㎸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방식으로 공사를 해야 한다"며 "10년내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전은 "고압선을 땅에 묻으려면 30년 이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또다른 대안으로 주장하는 기존 345㎸ 송전선로를 활용하거나 조만간 완공 예정인 신고리~신울산 선로로 우회 연결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전은 "전선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또다른 민원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로를 우회하면 이미 철탑 설치가 끝난 지역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고, 우회하는 지역에서 또다른 반발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보니 해결이 힘든 상황이다. 한전은 공사를 하면서도 대화를 계속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서 보상 규모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낮은 지역부터 공사를 시작해 마찰을 최소화하고, 원만히 합의에 이를 때까지 대화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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