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의문들이 연일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건 실체는 물론 처리 과정을 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속 시원한 설명이나 해명이 없다 보니 '카더라'수준의 설(說)들만 쌓여가면서 청와대의 의도적 은폐∙축소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우선 지난 7일 밤(현지시간) W워싱턴 DC 호텔에서 피해여성이 윤 전 대변인의 1차 성추행 직후 이 사실을 한국문화원의 한 서기관에게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문화원이나 방미팀이 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8일 오전으로 알려졌었다.
문화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제보자는 14일 미주 한인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 USA'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 제보자는 "서기관님께서는 중차대한 시기에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덮으라는 뉘앙스로 말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건 초기부터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이 중도 귀국한 직후인 9일(한국시간) 오후에 5시간 조사를 벌이면서 윤 전 대변인이 피해여성에게 "너와 자고 싶다", "나는 변태다. 방으로 같이 올라가자"라고 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윤 전 대변인은 일부 질문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이 증폭하고 있는데도 주미 대사관이나 문화원의 보고, 윤 전 대변인 조사를 통해 얻은 사건 실체와 관련된 사실들에 대해 일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조사 내용을 "날조된 것"이라고 부인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압박하며 '휴대폰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대변인의 진술을 확인해 줄 경우 사실관계가 왜곡될 수 있다"고 해명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기본 사실 관계 등에 대해 지나치게 함구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오해를 스스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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