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어민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 필리핀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필리핀의 사과를 성의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며 1차 제재에 이어 곧바로 제2차 제재에 착수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15일 국가안전회의를 열고 필리핀이 타이베이(臺北) 주재 필리핀대표부 대표를 통해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한 것에 대해 "성의가 부족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마 총통은 전날 밤 12시까지로 못박은 사과 시한을 넘길 경우 예고했던 필리핀 노동자 수입 동결, 필리핀 주재 대만대표부 철수, 타이베이 주재 필리핀대표부 대표 추방 등의 1차 제재 조치를 곧바로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안토니오 바실리오 타이베이 주재 필리핀대표부 대표는 앞서 이날 새벽 기자 회견을 갖고 필리핀 공무선의 총격으로 대만 어민 한 명이 사망한 것을 사과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사망자 가족에 대한 배상 여부는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만은 사과에 성의가 없다며 배상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이날 오후 6시까지 밝히지 않을 경우 2차 제재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특사를 파견, 사과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만은 오후 6시 2차 제재에 전격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먼저 필리핀 여행 경계령을 내린 뒤 필리핀과의 고위층 교류와 경제 협력, 어업 협력, 과학기술 교류, 인터넷 비자 신청 면제, 국방 협력 등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은 또 구축함과 프리깃함, 해안경비대 선박 등을 16일 필리핀과의 접경 해역인 바시 해협으로 보내 군사 훈련을 할 계획이다. 대만이 필리핀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훈련에는 전투기도 상당 수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대만 남동쪽 300㎞ 해역에서 대만 선적 광다싱(光大興)28호가 필리핀 공무선의 총격을 받아 대만 어민 한 명이 숨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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