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가 "군인에게 위안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유신회와 손잡고 헌법96조 개헌을 추진하려던 아베 총리의 구상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하시모토 대표의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저를 비롯해 아베 내각, 자민당의 입장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며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에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각국 군대가 (위안부 제도를) 갖고 있었는데 일본만 비난받고 있다"는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을 반박한 답변이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위안부 제도를 일본 정부가 강제로 운영한 적이 없다"는 지론을 폈으나 하시모토 대표가 한술 더 떠 "위안부 제도가 정당하다"고 주장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침략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 등으로 외교적 수세에 몰린 아베 총리는 하시모토 발언 파문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져 이날 야당 의원들의 날 선 추궁에 시종일관 쩔쩔 매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하시모토의 위안부 발언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일본유신회와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 연대 대상으로 일본유신회를 1순위로 꼽은 적이 있다. 일본유신회도 3월 당 대회에서 현행 헌법을 '점령헌법' '원흉' 등으로 표현하며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움직임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하시모토와의 연대를 지속할 경우 지지율과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하시모토 발언 이후 일본에서는 '여성에 대한 인격모독'이라는 여성단체의 항의성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다음달 도쿄도의원 선거에 출마할 일본유신회 후보들은 "정치인으로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일본유신회 간부들은 그의 발언을 참의원 선거의 최대 악재로 여기면서 "하시모토의 개인 견해"라며 진화하고 있다.
하시모토 대표는 이날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위안부 제도를) 용인한 것은 아니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모두 그렇게 여겼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위안부 문제가) 한일기본조약에 따라 법적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위안부에게 상처를 준다"고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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