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된 밀양 송전탑 공사를 8개월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한전은 오는 12월 상업운전이 예정된 신고리 3호기를 정상 운행하고 전력 수요에 맞는 송전 선로를 갖추려면 공사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에 이르는 90.5㎞ 구간에 철탑 161개를 세우는 사업이다. 신고리 원전의 전기를 수송해 영남지역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전은 2008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현재 109기를 건설했으나 밀양 지역에 예정된 철탑 52개를 짓지 못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자연경관 훼손과 전자파 피해,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한 주민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분신자살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고압송전선로의 발암물질 유발 여부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에 의한 발암물질 생성 위험을 경고한 것을 근거로 과학적인 역학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고압송전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만이 해결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지중화에 재원만 2조원이 투입될 뿐 아니라 건설기간도 10년이 걸린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한전이 공사를 재개하면 반대주민들과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송전탑 예정지 진입로 일부를 주민들이 점거한 상태여서 공사 시작 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전 측은 신고리3호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면 겨울철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9월에는 신고리 4호기의 상업운전도 예정돼있다. 송전탑 공사가 늦어지면 전력난이 우려된다는 한전의 주장은 이해가 가지만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사태를 해결하려면 주민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불신을 해소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한전 측은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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