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나란히 새 원내대표를 뽑았다. 어제 오후 새누리당 경선에서는 '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이 '신(新) 친박' 이주영 의원을 눌렀고, 앞서 오전에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는 전병헌 의원이 결선투표에서 우윤근 의원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제 앞으로 1년 동안 두 사람이 타협과 조정의 정신으로 원만하고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새 원내대표들 본연의 역할이자 국민의 바람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내세웠던 구호가 공교롭게도 '강한 여당'과 '강한 야당'이었다. 당선인사를 통해서도 거듭 같은 취지의 포부를 밝힌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 확고한 의지처럼 비친다. '강(强) 대 강(强)'의 원내대결 구도, 여야의 양보 없는 정면충돌이 떠올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물론 국내 정당의 운영원리에 비추어 여야 새 원내대표의 다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원내에서 소속정당 전체 의원을 대표하고 이끄는 게 원내대표지만, 실제로는 지도력을 발휘해 의원들을 이끌기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뜻, 나아가 의원총회에서 표출된 의원들의 집합적 의사에 이끌리는 예가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실상은 원내대표 역할의 한계점이 아니라 여야협상의 주역이라는 진정한 역할의 출발점이다. 당 지도부나 소속의원들의 태도는 협상 전면에 나선 원내대표가 전하는 상대당 분위기나 속셈에 적잖이 좌우되게 마련이어서 이들의 정보 해석 및 전달 태도에 따라 여야협상의 향방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원내대표의 미덕은 확고한 지도력이 아니라 유연한 마음가짐이다.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쓰고, 적극적 내부 설득으로 당내의 오해를 풀고, 최대한 양보와 타협으로 상대와의 견해 차이를 좁혀갈 수 있어야 한다.
잠시 국민 눈길에서 멀어졌지만, 국회에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비롯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야의 새 원내대표가 강함에 대한 집착 대신, 여야 공존과 국민 편익을 잣대로 삼은 실용주의에 눈길을 돌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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