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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암이 아닌데도 유방을 절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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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암이 아닌데도 유방을 절제해야 할까?

입력
2013.05.1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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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에게 있어서 암컷의 유방은 발육기의 새끼를 먹이는 역할을 할 뿐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여성의 유방은 수유 기관일 뿐만 아니라 여성성의 가장 큰 상징이며, 여성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여러 진화학자들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왜 인간 여성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크고, 앞으로 돌출된 형태의 유방을 가지게 되었나’라는 글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때문에 유방암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으신 분들이 상실감이나 여성성의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런 경우 또한 많이 보아왔다.

최근 들어 유방암 발병이 늘어나고,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런 연구나 기사의 내용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친척이나 이웃들 중 유방암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BR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방암의 치료는 암이 발병된 유방을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고 이후에 항암치료 또는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예방적 유방 절제술(Prophylactic Mastectomy)이라는 유방암 치료법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암이 발생되지 않았는데 유방을 예방적으로 미리 절제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한쪽에 유방암이 발생되었을 때 유방절제술을 하면서 반대쪽 유방도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경우가 있고, 나머지는 양쪽 유방에 암이 전혀 없는데 둘다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보면 매우 충격적이고 무모한 치료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미리 생길까봐 제거를 한다? 단순히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예방적 절제술을 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우선 유방은 생명과 직결되는 인체기관이 아니다. 간이나 콩팥, 폐를 암을 예방한다고 절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방암은 유선조직이나 유관에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을 제거하면 암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모든 여성에게 이 같은 예방적 절제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찾아냈고, 이런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전적 변이가 있는 사람을 추적 관찰 해보니 결국 유방암에 걸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가족력이 있어서 어머니가 유방암이면 이모들이나 딸들이 유방암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힘들어 하던 모습을 지켜본 딸의 입장에서 본인은 그런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치료과정의 고통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이 겪는 금전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가슴을 절제했다는 모 여배우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나에겐 사랑하는 두 아이가 있다. 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 꼬마들이 자라는 걸 보려면 가슴을 잘라내야 한다." 이 정도의 모성이라면 결연한 의지로 가슴을 잘라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전적 변이를 본인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100%의 확률도 아니고, 멀쩡한 가슴을 제거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며 고통이다. 그럼에도 예방적 유방 절제술이 가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 때문인데, 바로 유방재건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보형물이나 지방이식, 또는 등살과 뱃살 등의 자가조직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이 개발되고 발전해 수술전과 다름없는 유방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보형물에 있어서는 다양한 유방 보형물이 개발, 생산되고 있으며,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물방울 형태의 보형물은 애초에 유방재건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

원반보다는 원래 유방의 형태와 흡사한 물방울형의 보형물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재건을 할 수 있다. 모양뿐만 아니라 감촉 면에 있어서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절제술 후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유방재건을 하면 유방암에 대한 공포를 없애면서도 수술전과 다름없는 유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유방암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는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춘코리아 박로경 기자 utou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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