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4일 통일부에 지시한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완제품과 원ㆍ부자재의 반출을 위한 남북 회담 제의가 개성공단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일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화제의는 실익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북한을 향한 대화 요구가 아닌 통일부에 대화제의를 지시하는 방식 또한 이례적이서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일단 정부가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공단 입주업체들은 지난 3일 우리 측 인원 완전 철수 이후 북한의 완제품, 원ㆍ부자재 반출 제한에 따른 직접적 피해규모만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3,000억 원에 이어 이날 2차 대책회의를 열고 추가로 3,000억 원을 입주업체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또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고리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개성공단도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국제화를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북한을 향해 변화를 주문한 것도 회담 제의가 단순히 우리 입주기업의 피해구제 차원이 아님을 시사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공단시설 유지와 물품 반출 등을 위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동어반복성 대화제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 압박 기조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통일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지 7시간여 지난 오후 6시쯤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통일부의 공식 대화제의는 지난달 11일과 25일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일부에 대화를 재촉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더 부각되면서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알맹이가 없는 또 다른 대화 공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지시가 '윤창중 스캔들'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국내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면 대외적 이슈로 관심을 돌리려는 게 통치자의 속성"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서 뒤늦게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규제완화 및 투자활성화 ▲공공기관 부채 해결 등에 대해 일일이 자신의 의지를 밝힌 것 또한 같은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윤창중 스캔들로 인한 국정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을 차단하고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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