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 신부가 최근 한국 가톨릭계 소식지에 교황청에서 파견한 현 주한 교황대사의 행동과 처신을 비판하는 일부 국내 사제들의 편지글을 소개하며 '부끄러워하며 속죄한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함 신부는 가톨릭 사제들끼리 사목 정보와 체험을 나누는 정보교환지 '함께하는 사목' 105호(5월 1일자)에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의 행업에 대해 함께 부끄러워하며 속죄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함 신부는 글 서두에서 "서울대교구 중견 사제들의 2월 3일자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한국천주교회와 사제들이 하느님과 역사 앞에서 참으로 깊이 성찰하고 신앙 체험과 사제적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 핵심 내용을 발췌 인용해 소개한다"고 밝혔다.
함 신부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중견 사제들은 그 편지에서 "오스발도 교황대사는 거의 총독과 같은 모습으로 한국 가톨릭교회를 쥐락펴락해 왔으며…한국 주교들을 하인 대하듯이 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오스발도 교황대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의 주교님들, 실업인들, 돈푼께나 있는 신자들을 불러들여 식사 대접하고 그것을 기회 삼아 돈푼께나 받았다는 이야기가 교회 안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편지는 이어 오스발도 대사가 "직분을 이용해 서울성모병원을 안방 드나들듯이 하고 모든 치료를 다하면서 의료 혜택을 다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분을 치료한 병원 관계자들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제들은 "오스발도 교황대사는 주교 임명제청권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며 "교황님의 뜻을 왜곡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구로 사용하는 악을 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함 신부는 "중견 사제들의 순수한 뜻과 고뇌가 가득 담긴 글을 받고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짓눌린다"며 "그들의 신앙과 교회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찬 지혜로운 지적과 호소가 교회 요로에 나누어지기를 바라는 뜻에 동참해 사제들 모두에게, 지금의 어두움을 함께 보고, 성령의 빛이 내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개선할 것을 다짐하며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필리핀 출신인 오스발도(71) 교황대사는 1966년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외교관 양성센터인 교황청 교회 학술원을 나와 1972년부터 교황청 외교관으로 일했다. 파나마,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주재 대사를 거쳐 2008년 4월 주한 대사에 임명됐다. 교황대사는 주재국 정부와 바티칸 사이의 외교 관계를 증진하고 주재국 가톨릭 교회의 상황을 교황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가톨릭 사제이자 외교관으로, 주재국에서는 추기경을 제외한 주교들 중에서는 서열이 제일 높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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