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관동군 세균부대인 ‘731 부대’를 떠올리는 사진을 촬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의 항공 자위대 기지를 찾아 곡예비행단 ‘블루 임펄스’를 시찰하면서 T-4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촬영했다. 조종석 아래에는 일장기를 상징하는 붉은 원과 ‘731’ 숫자가 그려져 있다.
숫자 731은 중일 전쟁 당시 인간을 생체 실험한 731 부대를 연상시킨다. 일본 관동군에 속했던 이 부대는 1932~45년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면서 중국, 한국, 러시아 등의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해부, 냉동 등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당시 부대 관계자 등이 이 부대가 인간을 ‘마루타’(통나무)로 부르며 끔찍한 생체 실험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앞서 5일 도쿄돔에서 프로야구 시구 당시에도 등번호 96번을 달고 나와 헌법 96조(개헌 발의요건 관련 조항) 개정을 암시했다는 추측을 낳았다. 이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731 부대를 떠올리는 이 사진 역시 아베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731과 아베의 행복한 표정을 함께 담은 이 사진은 일본 우익이 (침략역사 왜곡에) 더 이상 거리낄게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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