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작은 공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민기(77ㆍ가명)씨. 벌이라고는 아내 김숙영(66ㆍ가명)씨가 공장 일을 도우며 버는 한달 20만~30만원이 전부다. 구청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옥탑방과 부부의 소득을 합쳐보니 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 기준(97만4,000원ㆍ중위 소득 40%)을 넘어 수급대상에서 배제됐다. 신장이 좋지 않은 최씨나, 고혈압 환자인 김씨에게 병원 이용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정부가 14일 발표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안에 따라 최씨 부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과 자산 때문에 월 60만원의 생계급여 혜택은 못 받겠지만, 임차인 수급자에게 주택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 기준(중위소득 40~50%)에는 해당돼 월 2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급여 기준도 현재 중위소득의 40%에서 50%로 높아져 이들 부부는 진료 때 1,000~2,000원만 내는, 무상의료에 가까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의 목적은 수급자만 되면 의료ㆍ교육ㆍ생계ㆍ주거 등 7종의 급여와 전기료ㆍ난방비 지원을 모두 받을 수 있어 탈수급 유인이 낮았던 현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고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늘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생계급여(중위소득 30% 이하)에서 의료급여(중위소득 50% 이하)까지 7가지 급여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운영하면 80만명 정도가 새로 수급자가 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또한 수급자도 근로장려세제(EITC)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저소득층에 대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도 확대해 근로 유인을 고취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 140만명 중 29만명 정도가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경남 거제에서 딸 부부의 수입이 올라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70대 할머니가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이 됐던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된다. 현재는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등 부양의무자 가족이 중위소득(4인 가구 기준 월 392만원) 이상을 벌면 혼자 사는 노인이라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지만, 내년 10월부터는 중위소득에 부모의 최저생계비(1인ㆍ57만원)를 합친 금액인 월 441만원(4인 가구 기준) 이상을 벌어야 부양의무가 지워진다.
제도개편으로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집을 소유한 수급자의 경우 현금으로 받는 급여액수는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유주택 수급자에 대해서는 현금(주거급여)을 주지 않고 집수리 서비스 정도만 제공할 방침이다. 복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수급자라도 지금까지 받던 혜택이 급작스럽게 줄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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