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 따라 개성공단 내 완제품 및 원ㆍ부자재 반출을 위한 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의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중 성추행 사건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회담 제의 지시 배경을 놓고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완제품과 원ㆍ부자재 반출 제한에 따른 피해가 5,00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돼 입주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통일부는 3일 북측에 미수금 1,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우리측 마지막 잔류인원 7명을 귀환시키면서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ㆍ부자재 반출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불응해 무위에 그쳤다. 추후 협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회담 제의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북측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위험천만한 전쟁의 전주곡"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 한미연합 해상훈련을 겨냥해 "한반도 정세가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그 동안'반공화국 대결 정책'철회를 개성공단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던 북한이 현재 상황을 그런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북한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사태에 당혹해 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는 만큼 대화재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면 민족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북측 주장은 공단폐쇄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려는 공세지만 공단폐쇄를 원치 않는다는 본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북한이 정말 공단폐쇄를 원치 않는다면 우리측 회담 제의에 즉각 응해야 한다. 특히 설비점검과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설비 점검팀의 방북을 승인해달라는 입주기업체들의 절박한 요청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도 형식적으로 회담을 요구하지만 말고 북측이 응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노력도 함께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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