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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인사 세간의 우려 씻을 것… 주요 공연 영상물로 제작·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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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인사 세간의 우려 씻을 것… 주요 공연 영상물로 제작·보급"

입력
2013.05.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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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하는 공연 실황을 고화질 동영상으로 만들어 전국의 영화관과 지방문예회관, 공공도서관, 학교 등에서 상영한다. 관객이 제안한 기획 아이디어로 공연을 제작하는 새로운 실험도 시작한다.

지난 3월 취임한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년층 관객을 위한 공연 할인, 예술의전당에서 한 해 동안 열린 공연과 전시 중에서 우수작을 골라 상을 주는 '예술의전당 예술대상'(가칭), 한국 가곡과 동요를 되살리기 위한 무료 공연과 대회, 예술치료사들과 함께 진행하는 예술치료 프로그램도 신규 사업에 들어 있다.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 관객이 연간 230만명에 이르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거리가 멀어서 또는 경제적 이유로 찾아오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알려진 대로 고 사장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이고, 공연 관련 이력이라곤 서울 강남의 소극장을 3년간 운영해 본 것이 전부인 데다 이 극장에 올라간 육영수 뮤지컬까지 겹쳐 비판이 많았다. 이에 대해 고 사장은 "열심히 일해서 우려를 씻겠다"고 답했다.

신규 사업 중 핵심인 공연 영상물 제작은 예술의전당 상주단체 공연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8월)와 '라보엠'(12월),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8월),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11월), 예술의전당 기획 시리즈인 '11시 콘서트'와 '청소년 음악회' 등 올해 8편 내외를 제작할 계획이다. 편당 제작비는 5,000만원 정도로 잡았고, 외주 업체에 맡긴다. 고 사장은 "단순한 녹화가 아니라 영화처럼 근사하고 무대 뒤 이야기까지 들어간 본격적인 영상물이 목표"라며 "제작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설명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화질 영상을 담기에는 블루레이가 최적이지만, 블루레이 상영 장비가 없는 곳이 많은 점을 고려해 필름과 DVD로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관객의 아이디어로 공연을 제작하는 실험은 내년 자유소극장에서 시작한다. 고 사장은 "기획뿐 아니라 제작 투자까지 관객이 참여하는 형태로 하겠다"며 "이러한 방식의 공연 제작은 세계 어느 극장에도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주제나 장르, 기간을 정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선택된 제안에 대해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더 모으고, 그렇게 만든 공연이 흥행에 성공하면 투자한 관객들에게 이익 배당도 할 계획이다.

고 사장은 "신규 사업 계획이 빈 말로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지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보인다. 공연 영상물 제작만 해도 해당 예술단체와 저작권 합의가 있어야 하고, 제작비는 올해 예산에 빠져 있다.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와는 논의를 시작했고, 제작비는 예술의전당 후원회와 민간 기업의 지원을 끌어들여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관객 주도형 공연 기획을 주관할 역량이 있느냐도 문제다. 유갑스럽게도 예술의전당은 외부 공연에 공간을 빌려주는 임대업자로 전락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최근 10여년 사이 자체 기획 기능이 크게 약해졌다. 25년 전 개관 후 첫 10년 가량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참신한 기획을 많이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게 거의 없다.

나머지 신규 사업도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은 이미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예술 활동을 평가하는 상이 많이 있는데, 또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가곡과 동요를 살리는 데 무료 공연과 대회가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방송국마다 하던 '한국 가곡의 밤'이나 TV의 동요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은, 대중음악의 위세에 밀려난 탓도 있지만, 이들 노래가 오늘의 정서를 제대로 담지 못해 외면당한 면이 크다. 따라서 공연만 늘린다고 살아날 것 같지는 않고, 누구나 부르고 싶은 오늘의 노래가 나오도록 지원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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