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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19> 도사와 신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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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19> 도사와 신통술

입력
2013.05.1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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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道士)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흰 수염에 꼬부랑 막대기를 든 노인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일 것이다.

도사는 공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노자(老子)를 거쳐 장자(莊子)에 의해 시작된 도가(道家)사상에서 비롯된 중국 도교에서 말하는 진인(眞人)이라는 존재와 그 맥락이 매우 비슷하다. 진인(眞人) 즉, 참된 인간을 의미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신과 같은 존재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과 인간이 분명히 분리가 되어 있으나 중국의 도교에서는 수행하면 누구나 진인(眞人) 즉, 신선이 되고 도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수행의 과정이 몹시 까다롭고 어렵겠지만 인간이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음이 매우 흥미롭다고 하겠다.

필자는 도교 및 그 어떤 종교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지만 기도와 수행을 많이 하면 득도(得道)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도사 내지는 진인이 된다는 도교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서, 리빙앤조이 역술인의 시간 '기도' 편에서도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기도는 인간과 신을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다. 따라서, 기도와 동시에 명상을 하는 등 다양한 수행법을 함께 운용한다면 분명 일반인과는 다른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일반인과 다른 경지라 함은, 하늘로부터 신비한 능력을 부여 받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강시가 나오는 홍콩 영화에서와 같이 부적을 사용하여 액이나 악귀를 물리치는 능력을 부여 받기도 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받기도 하고, 축지법이라 하여 단숨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능력을 받기도 한다.

기문둔갑 장신법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여러 술법들이 있으나 그 중 '천산투벽술(穿山透壁術)'을 잠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천산투벽술(穿山透壁術)은 벽을 뚫고 나가고자 할때 쓰는 술법이다. 개일(開日)에 산에 올라 양쪽 산머리의 흙을 취해서 둥글게 뭉쳐 앞뒤로 직경으로 구멍을 뚫고 산 모양으로 만든 후에 육갑단에 놓고 제사를 지낸다. 촛불을 켠 후 분향 배례를 하고, 마친 후 천투를 두 글자를 발로 밟은 후 서서 왼손으로 산의 형상을 세 개 그리는 삼산결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검결한 후 동쪽을 향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쉼을 7번 염하고..."

마치 홍길동이 도술을 연마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고 허무맹랑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천산투벽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도사를 만나보려고 했었으나 아직까지는 만나보지 못했다. 다만, 운무장신법(雲霧藏身法)이라 하여 안개와 같이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술법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있다.

오래 전 어느 대기업 본사에 갈 일이 있었다. 방문하는 곳이 보안을 중요시 하는 곳이라 신분증 확인에 담당자의 사전 전자인증 예약이 되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한참 장신법을 연마하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문득, 운무장신법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운무장신법은 사람들 사이에서 편미주(偏迷呪)라는 주문을 7번 염송하며 공간에 허획으로 운수(雲水)를 쓰면서 지나가면 보이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본사 로비에서 시도해 보았다. 과연 어찌될까 했는데 놀랍게도 보안요원이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필자도 놀랐었지만 필자의 설명을 들은 그 담당자 역시 얼굴이 창백해 졌다.

필자는 지금은 더 이상 장신법을 연마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연의 삶이 아닌 인위적인 삶을 조장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인간은 대자연계 속의 극히 일부분만을 차지하는 피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신통술이 있다 하여 하늘의 뜻이 아닌 인간 자신의 욕심대로 변형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영능력자나 사이비 교주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일반인들과는 다른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운명이나 사회의 주요한 이슈를 맞추는 미래 예지는 기본이고 심지어 신비한 힘을 이용하여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분명, 일반적인 사람들 눈으로 볼 때 는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할 것이다. 허나, 그들의 능력은 거기까지 이다. 단순히 자문을 구하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그들을 통해 미래를 바꾸거나 안될 것을 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면 매우 큰 착각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수행이나 기도를 선한 마음으로 하면 선한 기운이 감싸게 되어 귀인이 되나, 반대로 사악한 기운이 감싸면 음인의 전형적인 상황이 되니 끈적끈적한 타르 같은 나쁜 액이 온 몸을 감싼 것과 같게 된다. 따라서, 똑같은 신통력이 있더라도 이성을 탐하고 재물을 탐하는 사이비교주와 같은 음(陰)적인 존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 그 신통력에 대해 마냥 신비하다거나 경이롭게만 바라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주 이러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가산을 완전히 탕진한 어느 부부를 보고 가슴이 미어지게 답답했었다. 그 부부는 무엇에 홀린 것 마냥 자진해서 재산을 갖다 바쳤기에 그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어떤 종교이건 반드시 필요하고 삶에 도움은 되지만 과다한 물질을 요구한다거나 일상 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봉사를 요구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신비한 능력을 내세워 겁주거나 협박하거나 성적인 접촉을 해 온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어떤 병자라도 치료할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실제로 행한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그 자체가 자연을 그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 어떤 형태로건 성자들은 그런 능력을 통해 재물과 이성을 탐하지 않았었음을 꼭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선한 도사의 신통술은 사람을 살리나 악한 신통술은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반드시 선악을 구분할 줄 알아야만 한다. 따라서, 카운셀러가 누구인지에 따라 삶의 방향 자체가 달라 질 수 있으니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저는 우리 엄마가 너무 신통한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귀신같이 다 알아맞혀요"

20대 초반의 어느 여학생의 말처럼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선한 도사는 우리들의 어머니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자 역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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