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석 학생의 글은 여타 고등학생들의 글보다 글쓰기를 위한 소재와 정보를 많이 수집한 노력이 엿보인다. 2단락의 친딸 폭행사건의 선고형량, 3단락의 교도소 내 성교육 의무화, 4단락의 정신심리학적 관점의 성범죄 분석, 5단락의 절도와 성폭력의 비교, 그리고 6단락의 형법개정규정 소개가 그렇다. 하나하나가 단독의 주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잘 모아서 전체 글을 이루고 있다. 한편의 주장 글을 완성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글 전체의 설득력을 높인다.
논리적 설득력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자. 1단락: 성폭력에 관련된 문제점에는 무엇이 있는가?(문제제기)→2단락: 성폭력사건은 형량이 낮게 선고된다(상황소개)→3단락: 교화차원에서 과학적이고 전문화된 프로그램교육과 구조적 재범 예방이 필요하다(주장)→4단락: 판결과정에서 피해자의 저항여부를 중요시해서는 안된다(주장)→5단락: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적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주장)→6단락: 성폭력대상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주장)→7단락: 성폭력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주장)로 구성돼 전체적으로 문제제기 후에 주장을 나열하고 마지막에 최종주장을 하고 있다.
NIE 글을 첨삭하면서 내용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식과 핵심주장간의 맥락 연결이다. 전체 글 속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그 글을 쓴 문제의식이다. 핵심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의식은 드러나야 한다. 학생 글의 문제의식은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점은 무엇인가?'로 명시되어 있다. 핵심주장은 문제의식과 쌍을 이루어서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점들은 이러이러한 것이 있다'라고 답해야 한다. 그런데 오준석 학생의 글은 비록 많은 주장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핵심주장은 7단락에서 정리한 것처럼 "성폭력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은 문제의식이나 상황소개가 핵심주장과 호응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개요 짜기와 단락별 요약이다. 개요 짜기는 글을 쓰기 전에 필수적으로 끝내두어야 한다. 전체구성에 대하여 상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단락별 요약이란 자신의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 자신만의 논리 속에서 글을 보지 말고 읽는 이의 입장에서 글을 판단해야 한다. 가장 무난한 방법이 자신의 글을 단락별로 요약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개요 짜기와 일치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다. 개요와 단락 요약이 일치한다면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글을 쓴 것이다. 이 글처럼 핵심주장과 문제의식이 일치하는 않는 상황이라면 개요 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오준석 학생 글의 개별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2단락에서 "성폭력사건은 대개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데 비해 남자어린이 추행사건은 3년 6개월이라는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형량이 기존 성폭력사건에 비해 형량이 과하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기존의 형량이 너무 낮으니까 앞으로는 다른 성폭력사건도 형량을 높이자는 것인가? 주장 글에서 사실만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치면, 글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해지기에 주장자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희석될 수 있다. 2단락 마지막 부분에 이에 대한 입장을 조금 자세히 표명해주면 설득력이 확보될 것이다.
단락에서 구조적 재범예방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거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정기수업 후 자습이나 사설학원에서의 강의수강 이외에 '추가적인 학습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막연히 '방법론을 찾자'로 그치지 말고, 서투르고 부족하더라도 자기 나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는 혹은 추가적인 조치가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언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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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공공인재학부ㆍ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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