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니폼 입은 김상현 이적 첫 경기부터 홈런포"강한 이미지 남겨 부담돼, 팀의 미래 거포 한동민 잘 성장하도록 돕고 싶어" "팀 옮길 때마다 행운아로2002년 LG KS 진출시켜2009년 KIA로 복귀해선 12년 만의 우승에 일조"김상현 효과도 부담스럽다"
2009년에 이은 또 한 번의 이적. 벌써 고향 팀 KIA와의 두 번째 이별이다.
김상현(33ㆍSK)은 2001년 초년병 시절, 첫 시즌을 정신 없이 보내자마자 LG로 둥지를 옮겼다. 2009년 트레이드로 다시 친정에 돌아온 뒤 36홈런 127타점으로 최우수선수상과 동시에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선수 생활을 KIA에서 마무리하는 듯 했지만 4년이 흐른 2013년 5월6일 SK로의 이적 소식이 날아들었다. 착잡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김상현은 역시 프로였다. 이적 첫 경기인 7일 인천 두산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향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김상현은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한 두 개씩은 꼭 쳐야 하는데 못 치니 너무 미안하다"며 "빨리 적응해서 '김상현을 잘 데려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두 번째 이적에 대해선 "선수는 선택권이 없다"면서 "팀이 필요로 해서 왔을 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도 KIA 유니폼을 입고 응원해주는 팬들과 서운함을 나타내는 팬들이 있다. 아쉽게 KIA를 떠났지만 프로 세계는 이렇다. KIA 팬들이 보내준 응원을 가슴에 담고 뛰겠다"고 털어놨다.
이적 일주일 만에 친정 방문
운명이 얄궂다. 불과 이적 일주일 만에 친정 팀과 맞붙는다. 트레이드 당사자나, 팀으로서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맞대결 성적에 따라 희비가 극명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상현은 담담했다.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이다. 그는 "서로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라며 "빨리 내 모습을 KIA 팬들에게 보여주면 그 만큼 아쉬움도 빨리 털어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상현은 홈 팀 덕아웃 1루가 아닌 원정 덕아웃 3루를 써야 한다. 또 우익수 수비 때 광주에서는 그 동안 1루 측을 봤지만 3루 측으로 눈을 돌려 덕아웃의 사인을 봐야 한다. 어색할 법한 상황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광주의 KIA 팬들이 SK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김상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다. 박수를 보낼 수도, 야유를 보낼 수도 있다.
김상현은 "팬들이 내 심정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물론 KIA가 이기는 것을 바라겠지만 나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송)은범이를 떠나 보내 아쉬움이 가득한 SK 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9년 최희섭이 역할 할 것
김상현은 지난 6일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광주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 곧바로 인천 송림동의 처가에 임시로 짐을 풀었다. 머리 속이 복잡한 탓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인천에서의 첫 날은 3시간 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피로가 다 풀리지도 않았지만 김상현은 이튿날 일찌감치 나와 특타를 했다. 그 결과 이적 첫 경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상현은 "부담이 컸고, 긴장을 해서 정말 눈에 불을 켜고 했다"며 "초반에 너무 강한 이미지를 남긴 것 같아 지금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이후 4경기에서 17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침묵했지만 김상현의 합류로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특히 4번을 치던 신예 한동민이 5번으로 내려가면서 8일 두산전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비롯해 4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쳤다.
김상현은 "2009년 (최)희섭이 형이 앞 타선에서 나를 잘 이끌어줘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동민이가 좋은 타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전 경기 출전이 목표
김상현은 팀을 옮길 때마다 공교롭게도 행운을 몰고 왔다. KIA를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2년 당시 정규리그 4위 LG는 2위 KIA를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친정으로 다시 돌아온 2009년에는 KIA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한번의 행운이 2013년 SK에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상현은 "너무 앞서가는 말이라 부담스럽다"며 "지금은 빨리 SK라는 팀에 맞춰 내 역할을 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009년에는 내가 워낙 못해서 야구를 그만둘 처지에 몰렸던 때고, 나를 주목하는 시선도 별로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SK에서 나를 그만큼 인정해준 셈이니 어깨가 무겁다. 그래도 자부심을 갖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현은 최근 3년간 부상과 부진이 겹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선수는 몸 관리가 생명인데 관리에 소홀한 내 탓"이라고 자책한 뒤 "운동을 잘 조절하면서 해야 했는데 2009년 우승 이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욕을 부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주 다치고 수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올해에는 스프링캠프부터 각별히 운동량에 신경을 썼다. 현재 무릎 상태가 안 좋지만 선수라면 그 정도의 잔부상은 누구나 안고 뛰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SK에서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생년월일 1980.11.12
●신체조건 186㎝, 80㎏
●출신교 군산남중-군산상고
●소속팀
해태(2000) KIA(2001) LG(2002~08) KIA(2009~13.5) SK(2013.5~)
●배번 27
●포지션 외야수(우투우타)
●계약금·연봉 2,000만원·1억6,000만원
●수상 경력
2009년 정규리그 MVP
2009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2009년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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