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이 뿔났다. 지난 4일 경기 부천시와 인천에서 시작된 운송거부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1,000여명이 동참했다. 어제는 대규모 시위도 벌였다. 변변한 노조도 없는 택배기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집단행동에까지 나선 것은 사측의 강제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 부과 때문이다.
CJ대한통운 지난달 CJ GLS와 대한통운을 통합하면서 건당 배송수수료를 880~950원에서 800~820원으로 낮췄다. 그나마 직접 위수탁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들의 경우고, 대리점을 통해 계약한 택배기사들은 중간수수료를 떼면 750원이 됐다. 합병으로 경쟁업체가 사라져 그만큼 물량이 늘어났으니 줄어든 수수료만큼 배달을 더 많이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는 택배기사들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회사측의 주장에는 할 말을 잃는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또 하나 '갑'의 횡포다.
회사의 일방적인 페널티 부과도 마찬가지다. 택배기사 자신의 과실이 아닌 물품분실과 파손까지 배상해야 하고, 심지어 배송 시작과 완료 때 전산등록을 누락해도 수수료에서 300원을 삭감하는 하는 등 독소조항이 한 둘이 아니다. 안전ㆍ신속 배송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구실로 모든 책임을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이 짙다.
과열경쟁으로 인한 단가 하락으로 택배업계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2년 전에 비해 지난해 물량이 4.8배 늘어났지만 평균 단가는 3,500원에서 2,460원으로 오히려 30%나 떨어져 영업이익률도 겨우 2~3%대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하루 18시간 일하고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버는 택배기사들을 몰아 부치는 것은 상생을 외치는 기업이 할 짓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단가를 현실화 해서라도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우선 개선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도 지난 1월 국민권익위의 권고대로 근로자와 유사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형식상으론 사업자여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 제정을 서둘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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