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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았던 퍼거슨 홈 마지막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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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았던 퍼거슨 홈 마지막 경기

입력
2013.05.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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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를 지배한 '명장'의 마지막 여정은 영화의 엔딩 스토리처럼 찡했다. 1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완지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2~13 37라운드 경기가 열린 올드 트래퍼드의 하늘은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72) 맨유 감독의 홈 고별전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고, 주인공이 고별사를 할 시점에서는 장대비로 변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7만5,000여 맨유 팬들은 '자신의 영웅'과의 아름다운 작별 무대를 끝까지 지키며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퍼거슨의 남자'에서 제외된 루니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퍼거슨 감독은 이날 경기만큼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미 우승도 확정된 터라 그는 침착하게 승부의 결과를 기다렸다. 맨유는 전반 39분 하비 에르난데스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후반 4분 스완지의 미추에게 동점골을 헌납해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 경기는 종료 3분을 남기고 맨유 쪽으로 기울었다.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가 네마냐 비디치의 코너킥을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그러자 퍼거슨 감독은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맨유는 2-1로 승리했고, 퍼거슨 감독은 마치 순박한 할아버지 미소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퍼디낸드와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는 영국의 축구전문매체인 토크스포트가 선정한 퍼거슨 감독의 베스트11에 뽑힌 '퍼거슨의 남자'다. 이들은 맨유에서의 27년을 마감하는 퍼거슨 감독의 홈 고별전에서 승리를 선물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스콜스 역시 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맨유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는 '이적 논란' 탓에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됐다.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전한 후 우승 세리머니에 모습을 드러낸 루니는 퍼거슨 감독과도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20년 만의 데자뷰, 20번째 득점자

맨유는 올 시즌 20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은 20년 전인 1993년 리그 첫 우승컵을 안은 바 있다. 맨유와 퍼거슨 감독 모두에게 '20'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크다. 이날 퍼디낸드의 결승골은 20년 만의 데자뷰를 연상케 했다. 중앙 수비수 퍼디낸드는 올 시즌 첫 골을 스완지전에서 터트렸다. 스승 퍼거슨 감독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20년 전에도 퍼거슨 감독은 제자의 귀중한 선물을 받았다. 당시 중앙 수비수였던 개리 팰리스터는 퍼거슨 감독의 첫 리그 우승컵을 결정 짓는 결승골을 터트린 바 있다. 팰리스터 역시 시즌 첫 골을 중요한 시점에서 넣어 퍼거슨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또 퍼디낸드는 올 시즌 맨유의 20번째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퍼거슨-모예스 환상적인 바통 터치

오는 7월1일부터 데이비드 모예스(50) 에버턴 감독이 맨유의 신임 사령탑 임무를 맡게 된다. 모예스 감독도 이날 에버턴에서의 홈 고별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웨스트햄을 2-0으로 제압한 그는 11년간 정 들었던 에버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맨유의 현직과 후임 사령탑이 유종의 미를 거두며 순조롭게 바통 터치를 하게 된 셈이다.

퍼거슨 감독은 차기 사령탑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그는 "맨유 구단과 팬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항상 든든히 내 곁을 지켜줬다. 내게 보내줬던 사랑을 이제부터 새 지도자에게 전해줘야 할 때"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27년간 맨유를 이끈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었던 건 커다란 행운이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팀에서의 27년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앞으로도 맨유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퍼거슨 감독은 은퇴 배경에 대해 "처제의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은퇴 결심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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