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교대역에서 가까운 음식점이 하나 있다. 아니, 이 말은 불충분하다. 그 역에서 가까운 음식점이 어디 한두 군데냐?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지하철 교대역 1번 출구에서 가까운 정통 한우고기 전문 남도 음식점이 있다. 걷는 방향을 바꾸어 설명하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교대역 방면으로 5분 정도 걷다보면 나오는 음식점이다.
어느 신문에 난, 거의 광고와 같은 기사를 그대로 옮기면 이런 곳이다. ‘매일 아침 전남 함평에서 올라오는 최고급 한우 생고기와 꽃등심, 안창살, 생갈빗살, 감칠맛 나는 전라도식 육회 등이 일품이다. 특히 신선한 고기를 1인분이나 2인분씩 정량을 달아 고기를 굽는 석쇠 째로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 0~1도에서 8시간 이상 숙성시키기 때문에 최고의 맛을 자신한다.’
우연히 알게 된 그 집에 몇 번 가보니 찾기도 쉽고 그런대로 음식 맛도 괜찮았다. 전남 영광에서 올라온다는 보리굴비에 시골 된장찌개를 곁들여 먹는 게 특히 그럴 듯했다. ‘깔끔하고 정갈한 맛과 서비스, 친절하고 푸짐한 인심’을 내세우는 그 집은 어느 지상파 TV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바 있다고 한다.
뭘 먹이든 다 좋다. 다 좋아. 내가 말하려 하는 건 음식 맛이나 분위기, 종업원들의 태도 그런 게 아니니까. 그 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시는 길’을 클릭하면 지도가 나오는데, 이 지도가 바로 문제다.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에 큰 길을 그려 놓고설랑 이 도로에 ‘경부소속도로’라고 써 놓은 게 잘못이라는 거다. 그게 그렇게 된 건 컴퓨터 자판에 나란히 붙어 있는 ㄱ과 ㅅ을 잘못 누르고 출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기가 잘못된 걸 처음 발견한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돈을 내면서(나는 계산을 하면서, 이런 말은 쓰지 않는다. 계산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그 집에서 하는 거니까.) “이 집 홈페이지 약도에 경부고속도로가 경부소속도로로 돼 있더군요.”하고 알려줬다. 프론트의 종업원은 그러냐면서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몇 주 후에 다시 가게 됐을 때 지도를 고쳤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여전히 똑같았다. 밥 먹고 나오면서 다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번 종업원은 처음 내가 말해준 그 종업원이 아닌 데다 이 사람 저 사람 돈 받기 바빠서 그런지 건성으로 듣는 게 역력했다. 나는 웃으면서 “경부고속도로가 이 집 소속인가요?”라는 말까지 했다. 그랬더니 저도 웃으면서 “그건 아닌데요.” 했다. 그러면 얼른 고쳐야지!
그런데 몇 달 뒤 그 집에 또 가게 됐다. 음식점이 여기밖에 없나 하면서도 얼른 생각나는 곳이 없어 거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여전히 경부소속도로였다. 세 번째로 틀린 사실을 이야기해주었다. 이번에 내가 이야기해준 여성은 얼핏 보아 일반 종업원이 아니라 주인의 조카쯤 돼 보여서 잘 전달되겠거니 했다. 더욱이 나는 그때 “틀린 걸 안 고치면 인터넷에 띄우겠다.”는 ‘공갈’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혀 손을 대지 않았기에 이렇게 약속대로 인터넷에 띄워 공개 지적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음식점 이름까지 다 불어버릴까 했지만, 마음이 약해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 집에서 어찌 어찌 알고 스스로 잘 고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남의 틀린 걸 가지고 집착하는 거지? 돈이 생겨 밥이 생겨?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두지 않고. 소속도로라고 써도 그게 고속도로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남 틀린 거 시비 걸고 다니지 말고 너나 잘해.” 하는 말이 지금 양쪽 귀로 막 들어오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고칠 건 고쳐야지.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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