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욕설 파문과 밀어내기 영업으로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 이후 식품업계가 내부단속에 나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리점과 중소형 소매점을 상대하는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윤리 경영을 강조하며 거래업체들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건영 빙그레 대표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공정거래준수를 강조하는 내용의 'CEO레터'를 올렸다. 이 대표는 "앞으로 부당 행위로 의심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라"며 "특히 협력업체와 대리점에 관해 불공정 거래 행위와 재판매, 가격유지 행위를 할 경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조그룹은 내부 직원의 교육을 강화하고 대리점주와 갖는 간담회를 월 2회로 확대했다. 롯데푸드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대리점주와 계약을 할 때 '갑'과 '을'이라는 표현 대신 다른 단어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대한 몸을 낮춰 '을'을 배려하는 기업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대리점주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직통 게시판을 운영 중인데, 대리점에서 건의사항이 올라오면 본사 담당이 24시간 안에 해결하도록 방침을 강화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8년부터 '야쿠르트 아줌마'와 계약을 할 때 아주머니를 '갑', 회사를 '을'로 표시하고 있다.
농심은 대리점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리점에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경영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장기 계약한 대리점주의 경우 5년 단위로 포상금을 지원한다.
한편 남양유업 사태는 전국에 흩어져있던 대리점주들이 뭉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일부 피해점주들 구성됐던 협의회를 확대해 전국 1,500여명의 점주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다시 출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협의회는 이날 오후 남양유업 대리점주 40여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전국확대 출범식 겸 대표자회의'를 가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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