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윤창중 패러디'… 조롱ㆍ분노 대폭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창중 패러디'… 조롱ㆍ분노 대폭발

입력
2013.05.12 18:35
0 0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파문이란 전대미문의 사고를 친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을 패러디한 게시물들이 인터넷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한심한 작태와 최근의 사회부조리 현상이 한데 얽혀 패러디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윤 전 대변인 패러디물은 주로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자 황급히 귀국길에 오르는 등 그의 부적절한 행태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한국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를 패러디한 '그랩(Grab)과 함께 사라지다'가 대표적. 부제로 '부끄럽습니다'가 붙은 이 패러디물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한 호텔에서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는 워싱턴DC 경찰 보고서에다 사건 발생 직후 뒤도 안 돌아보고 비행기에 오른 행동을 풍자한 것이다.

'아이언맨3' 포스터에 윤 전 대변인 얼굴을 덧댄 '아이고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아이고손의 주연은 윤창중과 인턴 엉덩이고, 세계언론에 해외토픽감을 제공한 것에 빗대 '전 세계 언론이 극찬한 대작영화'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른바 '욕설우유' 사태로 갑을 문화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과 연결한 패러디도 넘쳐난다. 방송 뉴스속보 화면에 남양유업 대표가 미소 짓고 있는 사진과 '창중이 너 평생 우유 공짜'라는 자막을 삽입해 이번 사건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피하게 된 남양유업의 상황을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 집 앞에 남양유업 우유가 배달된 패러디물과 남양유업 임직원들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사진에 '윤창중 대변인 감사합니다'란 현수막을 합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대변인이 비행기 안에서 라면을 먹고 옆에는 남양유업 우유가 놓인 합성사진은 윤 전 대변인 행태가 갑의 횡포인 일명 라면상무 및 남양유업 사태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정치인을 소재로 한 패러디는 인터넷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1990년대 말부터 끊임없이 생산됐지만 윤 전 대변인처럼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통령 방미 수행 중 불거진 성추행 의혹이란 사안의 중대성에다 표리부동한 그의 언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독설가 이미지인 그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맡을 때부터 큰 논란을 빚어 대중의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이 아니라 수준을 보여주는 얼굴이자 분신' 등 무수히 많은 말을 쏟아냈다. 자연히 되돌아오는 부메랑의 개수와 강도도 세다. 언론인 때 쏟아냈던 독설이 촌철살인의 패러디가 돼서 자신을 향하는 양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변인이 되는 과정부터 말이 많았었는데 이번 사건이 워낙 세다 보니 패러디도 많은 것 같다"며 "권위 있는 사람의 잘못을 희화하고 풍자하는 패러디 속성에 들어맞는 대상인 셈"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한 대학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사회와 타인을 비판하던 언론인이 스스로 뱉은 말에 당하는 자승자박 성격이라 더욱 국민을 화나게 한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패러디가 넘쳐나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 약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