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사원과 7일 밤 술을 마신 문제의 술집은 워싱턴호텔 지하의 와인 바였다. 11일(현지시간) 찾아간 와인 바에는 종업원 3, 4명이 오가며, 4개 테이블에 앉아 맥주와 칵테일을 즐기는 손님들을 접대했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단이 머문 윌러드호텔과는 붙어 있어 이 와인 바가 윌러드 호텔에 있는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와인 바는 지하 1층에 있다고는 해도 호텔 밖에서 서너 계단만 내려가면 도달할 수 있다. 크기가 100㎡에 불과해 손님이 30명 이상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칸막이를 두지 않은 것도 공간이 좁기 때문이다. 의자는 창가와 홀 안쪽에 각각 6개씩 배치됐는데 그 사이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테이블에는 모두 14명이 앉을 수 있다.
와인 바라고는 하나 메뉴판에는 칵테일과 음식이 와인보다 위에 표기돼 있었다. 음식은 20달러 안팎의 가격에 주문할 수 있고 테이블 보도 없어 고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백악관과 재무부 옆에 있는 이 호텔의 음식점들은 관광객이 오가며 대중적인 식사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2층의 스테이크하우스로 연결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이 와인 바에 설치돼 있어서 현장은 부산하고 어수선했다. 그러나 오히려 한 밤 중에 좁고 사람들로 붐비며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런 곳이 성추행 심리를 부추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전 대변인이 피해자와 마주했을 테이블에 앉아보니 장식 없는 시멘트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천장의 폐쇄회로(CC)TV도 보였다. CCTV가 정상 작동됐다면 이 테이블에서 일어난 일이 모두 촬영됐을 것이다. 윤 전 대변인 말대로 이곳에서 나가며 격려의 뜻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쳤다면 촬영이 됐겠지만, 피해자의 주장대로 엉덩이를 만졌다면 위치상 촬영이 안됐을 수 있겠다는 추론이 가능해 보였다.
종업원들은 '윤창중'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사우스 코리아 스포크스맨(한국 정부 대변인)'이 왔다 간 사실은 알고 있었다. 현장 검증을 나온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종업원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CCTV의 기록물을 확인했을 법한데 종업원들은 이것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종업원들은 손님의 인적 사항이나 사적인 대화 내용을 전할 수 없다는 직업 윤리를 내세웠다.
경찰은 앞서 조사보고서에서 성추행 의혹 장소를 워싱턴호텔의 방(room)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경찰이 폐쇄된 공간을 방으로 적는 것으로 알려져 이 와인 바를 방으로 썼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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