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사실이 적발돼 구속된 공무원이 추징금을 물었는데, 해당 뇌물에 대해 종합소득세까지 내야 할까', '자녀 반대로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3년 넘게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온 노년 커플은 세법상 부부일까'.
조세심판원은 1989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이뤄진 9만 여건의 조세분쟁 관련 심판결정 사례를 모두 열람할 수 있는 통합검색 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는 "납세 의무가 있는 사안인지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판원은 또 ▦수뢰(受賂) 공무원의 납세 의무 ▦사실혼 부부의 세법상 지위 ▦종교단체 기부금 영수증의 인정 범위 등 알쏭달쏭한 상황과 관련된 주요 결정 사례도 공개했다.
심판원에 따르면 유죄 판결을 받고 뇌물 액수보다 더 많은 추징금을 냈던 수뢰자라도 뇌물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환경담당 공무원 A씨는 2005~2008년 한 폐기물 업체에서 2,890만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 2년(집행유예 3년)과 3,700만원을 추징당했는데, 법원 판결 이후 국세청에서 187만원의 종합소득세 납부 통지도 받았다.
A씨는 '뇌물보다 많은 추징금을 내는 바람에, 수뢰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소득세를 내라는 건 이중 처벌'이라는 취지의 심판 청구를 냈다. 심판원은 "추징금은 형사 사건의 유죄에 따른 형벌일 뿐이며, 뇌물 제공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이상 수뢰에 의한 소득은 실현된 것"이라며 A씨의 납세 의무를 인정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가족관계부 등재 등 민법상 혼인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세법상 부부로 인정 받을 수 없다. B씨는 사별 후 만나 3년 간 동거 중인 C씨에게 함께 거주하는 주택의 지분 절반을 넘겼는데, 관할 세무서에서 570만원의 증여세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자녀들의 반대로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수년 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증여세의 '배우자 공제'(6억원 한도) 대상"이라고 항변했으나, 심판원은 "이유 없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상속ㆍ증여세법이 규정한 배우자는 민법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승려나 목사, 신부 등 성직자 명의의 확인서를 받았더라도 해당 종교단체가 세법상 '기부금 발급명세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소득세 기부금 공제를 받지 못하며, 이미 받은 공제액은 모두 반환해야 한다. D씨는 5년간 돌려받은 기부금 공제(183만원)를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고, 사찰 주지가 작성해 준 영수증을 제시하며 심판원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심판원은 "신도 확보를 위한 허위 기부금영수증이 존재하는 만큼, 세법이 규정한 기부금영수증 발급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성직자 명의 영수증만으로는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