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귀열 영어] Senior Citizens (노인 세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귀열 영어] Senior Citizens (노인 세대)

입력
2013.05.12 14:13
0 0

최근 한국의 은퇴자협회에서는 '실버타운' '실버 보험' 같은 '실버'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말아달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Gold와 Silver의 비교가 아니라 흰머리 많은 어르신들이 'silver'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과 차별을 느끼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때 'silver'라는 말은 나름대로 듣기 좋은 표현이었는데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수명이 80~90세에 이르는 지금 시대에 60~70대에게 '흰머리 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반가운 호칭은 아닐 것이다.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노인 세대를 지칭할 때 과거의 old, old man, old woman 등의 용어 대신 mature, elderly, senior citizen, experienced citizen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변화다.

그런데 이같은 현상이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50년, 100년 전에 미혼모는 단순하게 unwed woman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미혼모가 상당히 많아졌고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은 'single mom' 'single parent'라고 부른다. 'Unwed woman'은 미혼 여성이라는 의미를 띠지만 후자의 single mom은 '미혼모'이고 'single parent'라고 말하면 아이를 혼자서 기르는 아빠까지 포함한다. 없던 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의미를 재해석하고 좀더 듣기 좋고 부르기 쉬운 말로 바꾼 것이다.

Hijack는 자동차가 드물었던 1920년대에 고속도로에 불쑥 나타나 차량을 강탈(highway jackrolling)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등장했다. 당시에는 주로 주류 배달차를 터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 차량이든 남의 것을 강제로 탈취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들어서는 carjack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생겼다. 승용차에 국한하여 남의 차를 탈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70년의 시차가 있고 용례도 조금씩 다르다. 둘 다 어감상 좋은 의미는 없지만 hijack보다 carjack 사건이 많아지면서 후자의 빈도가 많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변하면 각 표현의 의미와 그에 대한 정서도 변하기 때문에 똑같은 말도 시대에 따라 어감이 바뀐다. '쓰레기 수거하는 사람'을 Garbage collector 대신 sanitation worker로 부르고, 건물 관리인을 janitor 대신 custodian, super 등으로, slow learner를 under-achiever로, fat을 heavy, plump, chubby라고 말하고 die를 pass away라고 말하는 것 모두 문화와 시대 정신의 산물이다. 의류의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언어는 유기적 발전과 진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시대에 적합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법 규칙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