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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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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대 열다

입력
2013.05.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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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5년 우리나라에 세계 두 번째 규모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선다. 포스텍(옛 포항공대)은 9일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공식을 갖고 2014년 말까지 총 4,260억원을 들여 이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만 2,700㎡의 터에 건물 연면적 3만6,720㎡ 규모다. 에너지가 10기가전자볼트(10GeV)나 되는 거대 설비와 직선형 빔라인 실험 장치로 구성된다.

현재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 중인 나라는 일본과 미국뿐이다. 그러나 2011년 완공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일본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건설될 가속기보다 작고,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미국 가속기는 워낙 오래돼 사용이 제한적이다. 국내외 과학자들의 관심이 포항으로 쏠리는 이유다.

규모로 치면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건설 중인 유럽연합(EU)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총 길이 3.4km로 가장 크다. 포항 가속기가 1.1km로 두 번째고, 일본은 0.7km다. 고인수 포스텍 4세대가속기건설추진단장(물리학과 교수)은 "2015~2016년 완공이 목표인 EU와 우리나라가 세계 세 번째 4세대 가속기 보유국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라고 전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나면서 방향을 틀 때 접선 방향으로 방출되는 강력한 빛을, 미세 물질 관찰이나 내부 구조 분석 등 각종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거대한 실험시설이다. 4세대 말고도 세계에는 10여 기의 방사광가속기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국내에도 포스텍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다.

3세대까지의 기존 가속기와 4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방출하는 빛의 종류와 파장이다. 기존 가속기에서는 가시광선과 자외선 등 여러 가지 빛이 나온다.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빛의 파장이 커서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나 살아 있는 세포는 볼 수 없다. 미시세계나 생명체를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4세대 가속기는 파장이 1나노미터(1nm=10억분의 1m)보다 작은 X선만 방출하고, 3세대에 비해 100억배 이상 밝다. 덕분에 기존 가속기로 불가능했던 극미세 물질 분석, 움직이는 세포 관찰이 가능하다.

포항의 3세대, 4세대 가속기 말고도 국내에는 가속기 2기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곧 완공 예정이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설계 중이다. 과학계 한편에서는 이들 가속기가 모두 가동될 경우 한 해에 수천억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돌아갈 연구비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 단장은 그러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운영 예산은 연 400억원 정도"라며 "첨단 장비에 투자한 만큼 지금까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가 이뤄져 우리 과학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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