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ㆍLA 다저스)의 어머니 박승순씨는 자신의 54번째 생일을 맞아 아들로부터 멋진 생일 선물을 받았다. 류현진이 어머니의 생일 날 팀을 8연패에서 건져 내며 팀 내 최다승(4승) 투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5안타(1홈런) 3볼넷 1실점으로 역투했다. 시즌 4승(2패)째를 수확한 류현진은 제1선발 클레이튼 커쇼(3승2패)를 제치고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됐다.
관중석에서 아들의 투구를 지켜본 어머니에게 무엇보다 값진 생일 선물을 한 류현진은 "팀의 연패(8연패)를 내가 던지는 날 끊게 돼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마스터 크래프트맨(Master Craftman)'이라는 표현으로 류현진을 극찬했다. 마스터는 전문가, 크래프트맨은 수공예가다. '손 기술의 장인 또는 달인'이라는 뜻이다. 매팅리 감독은 "누구나 투수에게 공의 속도만을 얘기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제구력과 완급 조절, 그리고 다양한 구종을 이용해서 상대를 요리한다. 난 오늘 류현진을 'Master Craftman'이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류현진표 직구'의 부활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데뷔 후 최고인 시속 94마일(약 151㎞)의 직구로 마이애미 타자들을 압도했다. 평균 구속도 90마일을 웃돌았다.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도 두 개나 부러졌다. 앞선 7경기에서 류현진의 직구 비율은 50%였다. 하지만 이날은 업그레이드된 직구에 자신감을 얻어 총 투구수 114개 중 66개(57.9%)를 강속구로 꽂았다. 삼진 3개도 모두 직구로 잡아냈다. 3회초 닉 그린을 시속 92마일(약 148㎞), 케빈 슬로위를 91마일(약 146㎞) 직구로 돌려 세웠고, 4회초에도 마르셀 오수나를 92마일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국내 시절 그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을 배가시킨 건 최고 시속 154㎞에 이르는 직구였다. 빅리그 진출 뒤 스피드가 떨어졌던 직구가 완벽하게 살아났다. 마이애미 타자들이 삼진(3개)을 제외하고 아웃 카운트 17개 중 외야로 타구를 보낸 건 2개였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많은 114개(종전 109개)의 공을 던졌다. 6.2이닝은 지난달 26일 뉴욕 메츠전(7이닝)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클로드 오스틴(1965년)과 돈 서튼(1996년)에 이어 구단 역사상 3번째로 입단 또는 이적 후 첫 8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도 3.71에서 3.40으로 낮아졌다.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던 류현진은 7회 선두 미겔 올리보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고 점수를 내줬다. 그러나 LA 타임스는 "그게 마이애미가 보여 준 노력의 전부였다"며 류현진에게 찬사를 보냈다. 마이애미는 8번 그레그 도브스를 제외한 8명을 오른손 타자로 배치했지만 류현진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4회였다. 선두 플라시도 폴랑코에게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1사 3루에서 마르셀 오수나를 맞았다. 4차례나 파울 볼을 터트리며 끈질기게 승부를 걸어온 오수나를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는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5회 2사 2루에서는 7구째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볼넷을 골랐다. 시즌 타율은 2할6푼7리(15타수 4안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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