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전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86)가 1980년대 마야 원주민을 집단 학살한 혐의로 80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실상 종신형에 처해진 리오스 몬트는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닌 자국에서 재판을 받은 첫 지도자가 됐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과테말라 법원은 11일 리오스 몬트의 집단학살 혐의에 50년형, 전쟁범죄 혐의에 30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원주민을 열등한 민족으로 간주한 인종범죄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재즈민 바리오스 재판장의 판결에, 법정을 가득 메운 원주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리오스 몬트는 1982년 3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반군 지지 세력으로 여겨진 마야 원주민 1,771명의 학살을 지시하고 2만9,000명은 강제 이주시킨 혐의를 받아왔다.
리오스 몬트는 1983년 발생한 다른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났지만 이후 15년간 국회의원 등으로 활동하며 면책특권을 부여받았다. 과테말라 검찰은 그가 2011년 총선에서 패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자 지난해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리오스 몬트의 항소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3월 첫 재판 당시부터 11일 판결 때까지 군인들이 집단학살을 자행했는지 알지 못했으며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BC는 "인종, 종교, 정치 등의 이유로 자행돼온 중남미 지역의 집단학살을 단죄하는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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